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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병대에 대한 자긍심 때문인지 그림을 그릴 때 그런 코드를 많이 집어넣 어요. 해병대가 갖고 있는 독특한 느낌. ‘귀신’도 SF 만화인데 거기 나오는 부 대원들이 해병들의 모습을 띄고 있죠. 팔각모나 해병대 특유의 말투 같은 것 을 넣었죠.” 해병대를 안 좋게 표현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까 걱정되기도 했다는 석정현. 그는 2002년 연재하던 한 무가지에 해병대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넣 으면서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해병대 이야기를 해보지 않겠느 냐는 제의까지 받을 정도였다. “고민 끝에 안 했어요. 친근하게 다가서야 되는 부분도 있지만 신비감이나 카리스마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앞으로도 가끔씩 얘기를 해 보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워낙 도움이 된 게 사실이니까요.” 그의 말마따나 만화가는 자유분방해 보인다. 그런 그가 해병대 생활이 도 움이 되었다고 계속 강조를 하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그가 도움을 받은 부 분은 어떤 것이었을까. “안 갔으면 큰일 났을 거라고 생각할 때가 많아요. 프리랜서이다 보니 작업 량이 부담스럽고 많을 때가 많아요. 특히 제 그림은 손이 많이 가는 스타일이 라서 정말 비효율적으로 오래 걸리거든요. 그 때마다 군대 시절을 떠올리면서 ‘그것도 이겨냈는데’ 라면서 해내게 될 때가 많아요.” 특히 그는 그림을 공부하는 후배나 제자들이 군대를 기피하는 경향에 대해 서도 일침을 놓았다. 그림 그리는 학생들이 방위산업체나 쉽게 병역의무를 해 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작가를 꿈꾸는 젊은이들이라면 꼭 경험해야 돼요. 어차피 한국 사람으로 분명 경험해야 할 부분이고, 다른 사람은 경험했는데 자신만 경험을 못했다면 결국 치명적으로 독이 되는 거죠. 가끔 면제를 받은 작가들이 있는데 겪어보 지 않은 일을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굉장히 고통스러워해요. 본질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굉장히 피상적이 될 수 밖에 없거든요.” 특히 그는 그림을 잘 그리는 기술보다 무엇을 그리느냐는 문제에 있어 군 대를 다녀온 것이 엄청난 도움이 됐음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그림을 잘 그 리는 것은 간단하다. 많이 그리고 많이 연습하면 된다는 것. 정작 중요한 것은 ‘무엇을 그릴 것인가’ 라는 부분이다. “제가 그랬어요. 서른 넘어서까지도 고민을 했던 부분들이 내가 이전까지 그림 자체를 잘 그리려고만 노력했었기 때문에. 작가가 되고 나서 생각해보니 기술은 있는데 뭘 그려야할지를 모르겠는 거예요. 뭘 얘기할지를 모르니까 사 대한민국 해병대 www. rokmc.mil.kr 35 Vol. 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