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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극일보 2011년 08월 03일 수요일 A08면 사회 급류에 몸 휩쓸리면서도 "우편물을 꼭...." 폭우 속에 목숨을 걸고 우편물을 지키려던 집배원이 급류에 휩쓸려 60km나 한강과 지천을 떠돌가 주검으로 돌아왔다. 용인우체국 집배원 차선우씨 순직 폭우때 배달하다가 배수관에 빠져 60km 떠내라가 한강서 시신발견. 동료들 "아픈 직원 대신 일하다가..." 10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지난달 27일 오후 1시께 경기 용인우체국 소속 집배원 차선우(29)씨는 선배 남모씨와 우편배달을 위해 용인시 포곡읍 금어리에 도착했다. 당시 엄청난 비로 도로는 흙탕물 바다로 변한 상황, 차씨일행은 2차선 도로 건너편에 있던 공장과 주택에 우편물을 배달할 방법을 궁리하고 있었다. 그나마 물이 덜 차 무릎 정도밖에 올라오지 않은 공장 맞은편 농지 쪽으로 돌아가던 중 차씨가 갑자기 급류에 휩쓸렸다. 흙탕물로 도로와 배수관이 구분되지 않은 상황에서 폭우로 절단된 배수관 쪽으로 차씨가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일행안 남씨는차씨를 꺼내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벌버둥치던 차씨는 결국 우편물 8통을 건네고는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로부터 사흘이 지난 지난달30일 오후 7시 55분 차씨는 청담대교 남단 한강 가장자리에서 발견됐다. 사고지점에서 금어천과 경안천, 한강팔당댐을 거쳐 무려 60km를 돌고돌아 싸늘한 시신으로 회사동료와 가족의 품에 안긴 것이다. 논앞에서 사랑하는 후배를 잃은 충격에 선배 남씨는 망연자실, 아무 말도 못했고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그 책임감에, 얼마나 고생했을까..."라며 말문을 열지 못했다. 광진 소방서 수난구조대 양승희 대장은 "시신이 이렇게 멀리 떠밀려 한강에 왔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사실 사고 당시는 차씨는 포곡읍 일대에 우편배달을 한 지 5일째, 장기 병가 중인 동료를 대신해 이 지역을 돌다 변을 당했다. 차씨는 2005년 비정규직 집배원으로 우체국에 입사, 2008년 초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적극적인 성격에 일처리도 꼼꼼해 우체국에서도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더욱이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차씨이기에 가족과 동료들의 아픔은 더했다. 집배원이 우편배달 과정에 자연재해로 숨지기는 대설주으보가 내려진 1980년 12월 동사한 오기수 집원원 이후 31년 만이다. 오씨는 충남 태안군 안면읍 신야리에서 배달하고 돌아오다 추락해 동사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차씨의 죽음을 순직처리하고 경인지방우정청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당초 용인우체국장으로 치를 예정이었지만 우편물을 지켜낸 차씨의 사명감을 높이 산것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추모동상도 건립, 숭고한 직업의식을 기리기로 했다. 차씨는 3일 하늘나라에 전할 우편물을 들고 사랑하는 가족과 동료 집배원들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