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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의 남침으로 한반도는 포연에 휩싸이는 미증유의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이 와중에서 선량하게 살아 온 임들에게 불순한 멍에를 씌어 예비검속이란 미명아래 사랑하는 부모형제와 울부짓는 처자식을 두고 영문도 모르는 채 어디론가 끌려가 불행한 역사의 희생양이 된지 어느덧 55년이 흘러갔습니다. 임들의 육신이 어드메에 있는지 기일은 언제인지 알기조차 두려워 반세기가 넘도록 온갖 수난과 고통속에서도 오로지 역사는 정의편에서 진리를 추구한다는 고금의 진리를 믿어 질곡의 세월을 살아왔습니다. 세상은 변화를 거듭하여 이념과 갈등의 암울한 시대를 마감하고 진정한 자유민주질서가 태동하면서 마침내 2000년 1월11일 제주 4.3 특별법이 제정시행되어 사건의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조사활동이 이우어져 임들의 희생도 잘못된 국가권력에 의한 것임이 적나라하게 밝혀졌습니다.2003년 10월 31일에는 정부를 대표하여 노무현대통령께서 임들과 제주도민에게 정중한 사과를 하였습니다. 임들이시여 유구한 세월 원혼으로 구천을 헤매고 있을 것입니다. 이젠 노여움과 한을 푸시고 편히 영면하십시오. 여기 자손들이 정성을 모아 임들이 가신 길을 지척에 둔 양지바른 이 터에 제단을 마련하여 매년 6월 25일 제사를 올리기로 하였습니다. 부디 강림하시어 청작을 음향하시고 세세로 번성하는 자손들을 보호하여 주시기 기원합니다. 우리 유족들은 한 자손으로 지난날 아픈 시대를 거울삼아 임들의 유지를 받들어 이 고장 발전의 밑거름이 될것을 굳게 다지고 이곳을 후대들에게 슬픈역사의 산 교육장으로 길이 보전하여 나아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