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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을 탐하여 뜻을 굽히는 무리들은 모래알 같이 많지마는 뜻을 위하여 주검을 취하는 이는 금옥같이 귀한 것이니 여기 정의를 지켜 생명을 버리신 이가 계심을 어찌 자랑스러이 여기지 않을까보냐 그는 실로 대한민국 국군 선구자 중의 한 분이신 안병범 장군이니 단기 4223년 8월 17일 서울에서 나시어 일찍 한국 유년학교에 입학하여 무사의 길을 택하였으나 나라의 대세는 기울어져 마침내 국치민욕의 날을 만나니 때에 21세라 비분한 생각을 참지 못한 채 그대로 일본으로 건너가 무사의 배울 바 닦을 바를 모조리 치른 뒤에 몸은 비록 그들 속에 들어 있어도 매양 나라 없는 설움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그윽히 새날 오기를 기다리더니 드디어 민족 해방의 기쁜 날이 오매 때에 이미 56세라 몸은 비록 늙었으나 쓰이기를 기다린지라 분연히 육군대령에 임명된 이래 경남북지구 사령관 수도방위군 고문관 등으로써 국군장병들의 의범이 되셨더니 불행하게도 6.25 동란에 공산군이 남침하여 서울을 점령하자 시국의 그롯됨을 통탄함과 아울러 뜻을 참아 굽힐 길 없어 마침내 7월 31일 인왕산으로 올라가 국토통일을 하늘에 빌고 깨끗이 자기 목숨을 끊으시었다. 어허 일생은 비록 61년을 누리었으나 그 의지는 산하와 더불어 길이 전할 것이니 뒤에 남은 동지들은 울며 여기 비를 세우고 정의에 순절한 그의 행적을 영원히 기념코자 하는 것이다. 단기 4288년 9월 28일 국군동지일동 이은근 지음, 송암 김현봉 씀 대위 최용덕 세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