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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143 1957년 록 허드슨이 주연을 맡은 <전송가(Battle Hymn)>는 6·25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이다. 공군조종사인 록 허드슨이 적지에 남겨지게 될 한국인 전쟁 고아들을 위해 어렵사리 수송기를 마련해서 안전하게 제주도로 데리고 온다는 것이 대략적인 줄거리이다. 실제로 6·25전쟁에서 미 공군은 중공군의 공세로 유엔군이 퇴각하면서 서울에 남겨지게 된 한국 고아 1,059명을 제주도 지역으로 후송한 바 있다. 이른바 ‘전쟁고아수송작전’(Operation Kiddy Car)으로 불리는 사건이다. 미 제5공군 군목으로 6·25전쟁에 참전한 러셀 블레이즈델 대령(1911- 2007.5)은 부관 하사 멀 마이크 스트랭과 함께 전란으로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어린이들을 돌보는 데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1950년 12월 중공군의 공세로 서울이 다시금 전란에 휩싸이게 되자 아이들을 후방으로 대피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였다. 마침내 그는 미 공군의 작전 책임자를 설득해 기적적으로 C-54 수송기 16대를 확보했다. 그리고 미 해병대의 트럭을 동원해 김포로 옮긴 뒤 수송기에 태워 제주도로 피신시켰다. 당시 제주도에 주둔해 있던 딘 헤스 대령을 비롯한 미 공군은 현지에 도착한 아이들을 물심양면으로 돌보는 한편 전쟁고아를 위한 시설 지원에도 적극적인 도움을 주었다. 미국 전쟁사에서 대표적인 인도주의적 선행의 하나로 꼽히는 ‘전쟁고아수송작전’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성공적으로 역사의 한 장을 기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블레이즈델 대령은 이 일로 미 공군 군목회의 감찰관에게 조사를 받아야 했다. 영화와 동명의 자서전을 써서 일찍이 세상에 이름이 알려진 헤스 대령과는 대조적으로 실질적인 주역임에도 잊혀진 존재였던 블레이즈델 대령은 뒤늦게 공적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90세가 되던 2000년에는 윌리엄 코언 당시 미 국방장관과 헨리 셸턴 미 합참의장 등 미군 수뇌부의 이름으로 쓰인 감사 서신을 받았으며, 2001년 한국을 다시 찾아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들과 감격적인 재회를 하기도 하였다. ‘전쟁고아수송작전’은 블레이즈델 대령과 마이크 스트랭 하사관, 헤스 대령 등 당시의 주역뿐 아니라 미 공군 전체의 자부심으로 기억되고 있으며 전장에서 꽃 피운 인도주의의 상징으로 여전히 살아 있다. 전쟁고아수송작전 러셀 블레이즈델 대령 operation kiddy c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