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ㅏ 정감이 넘치는 부대. 종로경찰서 방범순찰대 입니다. 우리 모두가 하나되어 바람직한 전의경 문화 를 정립합시다 읽을거리 발행인 : 중대장 발행처 : 종로방순대 발행일 :2011. 4. 4 편집인 : 행정부관 실 무 : 박 근 주 소 : 서울 종로구 경운동 90-18 종로방순대 연 락 처 : 010-4365-4727 제 1호 Since 11.04.04 http://cafe.naver.com/7349926 129 Co. 알림장 1 어느 작은 점을 향한 노래 어느 작은 점을 향한 노래 129 Co. 알림장 서울종로경찰서 방범순찰대 상경 윤재상 지난 2010년 12월31일 저녁, 보신각에선 타종 행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그날 혼잡경비 근무에 투입된 전의경들에게는 조 금 미안한 얘기가 되겠지만, 나는 때마침 정기외박을 나와있었기에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부대 밖에서 지낼 수 있었다. 귓불을 도려낼 기세로 덤벼드는 추위에 맞서고 있었을 동료 부대원들과는 달리, 나는 친구와 종각역 근처의 어느 민속주점에서 서로 의 잔에 막걸리를 채우고 젓가락으로는 파전을 헤집고 있었다. 어느새 밤은 깊어져 있었고, 나는 휴대폰 폴더를 열어 자정까 지 남은 시간을 헤아려 보았다. "이젠 정말 이천십 년도 안녕이구나." 곧 새해임을 실감한 나와 내 친구가 지난 한 해를 곱씹어 보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난 일 년 동안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야?" 친구가 내게 물었다. 그건 바로 지금 이순간이라고, 나는 답했다. 이천십 년이 막을 내리던 그날 밤이 나는 좋았다. 비로소 "나 올해 안에 제대해."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두 번째로 행복했던 순간은 2010년 1월 1일이었다. 그날은 제대일이 내후년에서 내년으로 바뀌던 날이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시간이 흘러갔음을 나 타내는 징표에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예컨대, 눈에 띄게 그 수가 늘어난 매미의 허물은 여름의 끝자락이 그리 멀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우리는 첫 눈이 내리면 부러 혀를 내밀어 그 맛을 음미하고, 오랫동안 묵혀둔 내복을 꺼내 입으며 그 퀴퀴한 냄새를 즐긴다. 바로 그런 것들이야말로 시간이 멈추지 않고 꾸준히 흘러가 주었음을 가장 명백하게 증명해주고 있었다. 새해라는 개 념은 꽤 중대한 이정표임에 분명했다. 새로 받은 달력에 쓰여있을 '2011'이라는 생소한 년도에 익숙해질 때까지, 어쩌면 우 리는 행복에 겨워할 지도 모른다. 그저 시간이 흘러갔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슬프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게 우리들의 솔직한 심정인 것을 어쩌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친구가 다독이는 투로 내게 말했다. "어찌됐든 한 해의 시작과 끝이 좋았으니, 그건 행복했던 일 년이라 할 수 있지 않겠어?" 그렇다면,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던가. 부대에 전입을 온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던 신병 시절의 어느날 이었다. 그날 새벽, 나는 곤히 자고 있던 어느 선임병을 깨웠다는 이유로 구타를 당했다. 낮이었더라면 울지 않았을지도 모른 다. 눈물샘은 대체로 늦은 시각에 더욱 민감해지기 마련이니. 맞은 곳이 아프기도 했지만, 단지 그 때문에 운 것은 아니었다. 조용히 내무실 안으로 들어와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고 있었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곤히 잠든 깊은 새벽이었고, 조금 열린 창 문 사이로 안국 로터리를 달리는 차량들의 소음이 스며들었다. 그러자 미치도록 서러운 감정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이십 년이 넘도록 살아온 서울이라는 도시. 무려 천만이라는 인구가 상주하는 이 거대한 도시의 그 어느 누구도, 방금 전까지 내가 맞은 사실을 알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자 찔끔, 하고 눈물이 터져나왔다. 그렇게 소맷자락이 촉촉히 젖을 때까지 한참을 울자 한 편으론 마음이 후련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복도에서 마주친 그 선임병이 "내가 잠결에 그만 조금 난폭하게 굴었던 것 같 다."며 내게 사과했다. 말 한 마디에 서러운 감정이 눈 녹듯 사그라들리 만무했다. 하지만 그 선임병이 내 게 미안함 마음을 계 속 품고 있었는지, 그날 이후로는 유독 나를 따듯하게 대해주었고 이것저것 도움을 주기도 했다. -다음장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