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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38 그날도 백진성 군은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갑작스 러운 포격 소식에 학교는 일주일간 휴교를 했고, 대학시험을 준비하 던 백진성 군의 마음은 초조함으로 가득 찼다. 그도 그럴것이 육지, 그리고 도시에 있는 경쟁자들은 밤낮으로 학원을 다니며 입시준비에 매진하고 있던 때에 정작 백진성 군은 면접시험을 보러 갈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당당히 합격했다. 대청도와 백령도, 나아가 옹진군 최초로 서울대에 합격한 주인공이 된 그는 불리한 조건을 오히려 긍 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특히 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천으로 유학 아닌 유학을 다니던 또래 친구들에 비해 넉넉지 못한 가정형편상 섬 에서만 공부를 해야 했던 그의 처지가 알려지면서, 그의 서울대 합격 은 더욱 빛이 나게 됐다. “어차피 공부는 내가 하는 것이니 혼자서 노력해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해왔습니다. 그리고 제 주변에 있는 환경들도 좀 더 긍정적으로 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악조건 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오히려 제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 다는 생각이 듭니다. 환경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 냐가 더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유명세를 얻는 덕에 해병들의 활약도 덩달아 주목을 받게 되 었다. 백진성 군이 받은 과외라고는 주말에 해병 형들에게 짬짬이 방 과 후 수업을 들은 게 전부라는 소식이 알려진 것이다. 백령도의 해병대 제6여단 장병들은 지역학생들을 대상으로 대민 학습지원을 벌이고 있었는데 대청도에서도 3명의 해병들이 수학과 영어 등을 가르친 것. 사교육 시설이 전혀 없는 서북도서의 교육현실 때문에 해병들의 강의는 섬마을 학생들에게 꽤 많은 인기를 끌었다. 영국 런던대학교를 졸업한 성창태 병장(26세), 한양대 건축학과에 재학 중인 서진원 병장(21) 등 국내외 유수 대학에 재학 중인 해병대 원이 학습도우미 역할을 한 것이다. 특히 백군에게 영어를 가르친 서 울과학기술대 영어학과의 변희섭 상병에겐 백진성 군의 서울대 입학 소식이 누구보다 반가웠다. “학생들은 저를 형처럼 잘 따랐고, 특히 부모님이 슈퍼를 운영하던 백진성 학생은 수업시간에 캔 커피를 갖다 주면서 다정하게 대해줬 습니다. 열악한 교육환경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의 유일한 과외 수업이라는 생각에 더 열심히 가르쳤습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일궈낸 성공이어서인지, 백진성 군의 목표는 공부하는 것이 행복하고 즐거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가 서울 대학교 교육학과에 진학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다. “저의 최종 목표는 공부하는 것이 행복하고 즐거운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성적이나 직업, 환경에 상관없이 평생동안 무 언가를 배우고 공부하면서 그것을 즐기는 사람을 키워내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자신의 서울대 합격을 오히려 주위 사람들의 도움 덕분이라며 공 을 돌리는 그는 대청도 주민, 그리고 해병 형들의 도움을 받은 사람 으로서 해병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해병대는 저희 대청도 주민들에게 든든한 버팀목과 같습니다. 매 년 북한의 도발이 있었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대청도에 있을 수 있는 것은 어려울 때 해병대가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 라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가까우면서도 의지할 수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백진성 군은 섬을 떠나 관악산 아래 자리잡은 서울대 캠퍼스 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된다. 가족의 품을 떠나 는 그에게 서북도서, 대청도에 남아 있는 부모님과 이웃, 친구들이 걱 정이 되지 않았냐는 질문을 마지막으로 던졌다. “어떤 의미에서의 걱정인가요? 혹시 북한의 도발을 물으시는 건가 요? 해병대가 있습니다. 걱정 안 됩니다.” 대한민국 해병대 www. rokmc.mil.kr 51 협정 체결식과 개강일 당일 백진성 군의 수업 현장을 선생님과 부대 관계자 등이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