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page

 사나이가 보이지 않는다. 대로 한가운데를 어깨를 쭉 펴고 담대하게 걸어가는 사 내다운 남자가 보이지 않는다. 누가 어떤 장소에서 무엇을 물어보아도 고개를 똑 바로 들고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토로할 수 있는 젊은이를 만나 본 기억이 별로 없다. 팔뚝에 피가 철철 흐르는 부상을 입고도 “나는 괜찮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었던 젊은이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연약하여 행군에서 자꾸만 낙오하는 병사를 곁부축하고 끝까지 대오를 가다듬어 주는 젊은 전우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자신이 저지른 실수나 과오에 대해 구차한 말로 변 명하려 들지 않고 떳떳하게 마주 서며 스스로 책임을 질 줄 아는 진정성 을 지닌 사내를 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그들 모두는 어딘가 몸을 감추고 숨어 있다. 젊기 때문에 겪어 야 하는 좌절과 울분을 욕설과 폭력으로 보상받으려 하는 젊은 이가 차츰 많아진다. 우리의 젊은이가 무대 위 에서 혹은 대형 텔레비전 화면에서 떼지어 모습을 드러내어 노래와 춤으로 땀을 흘리 ‘젊은 그들’ 이 있어 든든하고 행복하다. HOT 글 소설가 김주영 Focus 연평도 억센 바람 맞으며 조국을 가슴에 안고 젊음을 바쳤다는 그들, 난 그처럼 감동적인 글을 써 본 적이 없어 눈물이 났다. <소설가 김주영은 1939년 1월 경북 청송군에서 태어나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은 후 1971 년 ‘월간문학’에서 ‘휴면기’로 신인상을 받으면서 등단했다. 1980년 신문에 역사소설 ‘객주’를 연 재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역사 인식의 틀을 제시했다는 호평과 함께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 이어 ‘화척’, ‘홍어’, ‘아리랑 난장’, ‘멸치’ 등의 작품이 큰 호평과 함께 인기를 얻으며 대한민 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