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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나를(2011. 1. 18.) 이제 방송을 시작한지도 9개월이 넘어가는군. 4월부터 한 달 동안은 임시 진행자로, 그리고 5월부터는 내 이름을 건 버젓한 DJ 로 나섰으니, 중견이라고 해야 할까? 달리진 점이라면, 언제 어느때 온에어 불이 들어와도, 별로 당황하지 않고 아무 얘기나 지껄이게 됐다는 거다. 횡설수설 분위기는 여전하다만, 너무 말이 많아서 탈이지, 할 얘기가 없어서 손가락을 빠는 일은 없어졌네. 또 잘 못 얘기해서 끊고 다시 가거나, 말을 씹어서 녹음을 중지시키는 일도 거의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송 나가기 전에 들어보며 체크하지도 않게 됐네. 그러니까, 예전보다는 시간이 널널해졌다고나 할까. 개편 때 나를 자를 낌새가 보이면, 한 시간짜리 프로그램이니, 몇 달치를 미리 녹음해 놓고, 어딘가 휴가를 떠나 버리면 지들이 어찌 할껴? 하는 우스개 소리를 동료 PD들에게 할 정도. 요즘 회사가 다시 시끄럽다. 노조와 경영진(정확히는 사장이겠지만)의 대립으로 심하면 파업까지 갈 모양이다만, 나는 보직을 가진 사람도 아니고, 그냥 프로그램만 하는 입장이라 별느낌이 없이 편안하게 보내고 있다. 직책이나 직급 올라가는 것에만 신경을 끊는다면 정말 그것만 초월하고 살면, 인생은 전성기라고 할 수 있을 듯. 돌이켜 보건대, 90 년대 말에는 잘 나가는 프로그램을 하면서, 연예인들 몰고 다니고, 매니저들과 놀러 다니며 누렸던 제1의 전성기가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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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