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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근현대사 -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46 군사연구 제127집 질문 속에 역사를 보는 시각과 설명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역사란 인간집단들 속에 특정한 계층이나 개인이 나름대로의 기준과 목표를 갖고서 엮어 간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과거 역사를 보는 관점을 세 가지로 대별(大別)할 수가 있다. 첫째, 자유주의 사관이다. 이는 역사의 흐름을 개인 자유의 확대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 하는 중산층이 중심이 되어 이끌어온 과정으로 해석한다. 이에 의하면 1896년경 에 전라도 고부에서 전봉준과 농민들에 의해 일어난 사건은 ‘동학혁명’이 되는 것 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자신들의 기본적 자유를 탄압하는 고부군수 조병갑의 학 정(虐政)에 대해 정당하게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일어섰기 때문이다. 둘째, 이와 대비되는 관점으로 보수주의 사관을 들 수가 있다. 이는 역사의 흐 름을 저명한 정치가나 장군, 외교관 등과 같이 해당 사회의 엘리트들이 이끌어간 것으로 본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에서 변화의 핵심은 사건에 관련된 인물들의 이 해관계이며, 이 와중에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엘리트들의 몫이라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 의하면, 동학운동은 혁명이 아니라 중앙정부에 대 항하여 전봉준과 농민들이 국가의 질서를 파괴한 ‘동학란’이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마르크스주의 사관, 즉 민중사관이 있다. 이는 역사적 변화의 주체 를 힘없는 일반대중(또는 민중)으로 보고, 변화의 핵심 요소를 가진 자와 못가진 자 또는 지배자와 피지배자간의 계급갈등으로 설정하고 있다. 자유주의자들이 역 사의 전개과정을 자유의 확대로 본데 비해 이들은 이를 평등의 확대라고 주장한 다. 이에 의하면, 동학운동은 혁명도 반란도 아니고 착취계층인 양반층과 피착취 계층인 농민층 간에 갑오년에 벌어진 ‘계급전쟁’인 것이다. 한마디로, 보수주의사 관이 ‘위로부터의 역사’라면, 민중사관은 ‘아래로부터의 역사’이고, 자유주의사관은 ‘옆으로부터의 역사’라고 규정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 근현대사를 어떠한 관점에서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유감스럽게 도 우리나라 근현대사 설명에는 좀 더 복잡한 요소들이 스며져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한국근현대사 해석 시에 긴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아킬레스건(Achilles腱) 적 사건들은 1945년을 기준으로 그 이전에 있었던 일제 식민통치의 경험과 그 이 후의 남북분단이라고 볼 수가 있다. 즉, 전자에서는 하나의 민족이 독립국가를 이 루지 못하고 식민지배 상태에 있었다는 것이고, 후자에서는 한 민족이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Ideology)를 가진 두 국가로 분열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바로 여기 에서 공통되는 요소인 ‘민족’이 한국현대사를 이해하는데 가장 크게 영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