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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근현대사 -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44 군사연구 제127집 마지막으로, 20세기는 ‘문명과 반 문명’이 공존한 시대였다. 20세기만큼 인간의 이성이 과학기술이라는 이름으로 꽃을 피운 시기도 없다. 서구 사상의 한 축인 합리주의가 각종 획기적인 발명과 특허 등으로 우리의 삶의 조건을 안락하고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반면에, 인간의 이성은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으로 상호파괴로 점철(點綴)되었고, 뒤이어서 히틀러에 의한 유대인 학살 및 스탈린 에 의한 자국민 숙청 등과 같은 문명과는 거리가 먼 사건들이 벌어지기도 하였 다. 이처럼 우리가 얼마 전까지 살았던 20세기는 서로 극단적인 요소들이 공존 한 ‘역설의 세기’였다. 그렇다면 20세기 우리나라의 역사는 어떠했는가? 우리나라 역시 세계사의 흐름 에서 예외일 수가 없었다. 동 시대의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더 심한 변화를 경험 했다고 볼 수가 있다. 1910년에 조선왕조 5백년이 끝나고 일제의 식민통치가 시 작되었다. 3․1운동과 같은 거족적 민족운동과 각지에서 각양의 모습으로 독립운 동을 전개한 결과 1945년에 해방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깐, 한반도 에는 미군과 소련군이 38도선을 경계로 들어왔고, 일시적일 것처럼 보였던 남북 분단은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불법남침으로 인해 고착화되었다. 전후에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들 중에 하나였다. 배고픔이 철철 넘쳐나던 나라였다. 바야흐로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 빠른 경제성장에 성공한 덕분에 오늘날에는 OECD 회원국이자 세계 11대 무역국가로 발전하였다. 제2차 대전 이후에 독립한 140여개의 국가들 중에서 이른바 ‘산업화’ 및 ‘민주화’라는 쌍두마차에 올라타는데 성공한 거의 유일한 국가로 세계인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안중근 의사가 쓴 ‘위국헌신 군인본분’처럼 과연 이 나라는 내가 목숨을 바쳐서 지킬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 과거 우리의 역사를 보면, 명암이 교차되어 왔 음을 알 수가 있다. 삼국시대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영토 확장 사업 및 신라의 화 랑도 활동, 고려의 금속활자 및 팔만대장경, 조선시대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및 이 순신 장군의 거북선 등은 우리 역사를 밝게 비추는 기분 좋은 사실들이다. 이에 비해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 민비 시해사건과 같은 한말의 각종 굴욕적인 사건 들, 그리고 한일합방 등과 같이 어두운 그림자도 드리워져 있었다. 하지만 영광이 든 치욕이든 간에 우리의 선조들은 이러한 역사의 흐름에 온몸으로 맞서면서 이 강토를 지켜왔고, 바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이를 잘 가꾸고 보존하여 후손에 게 전해 줄 사명이 있다. 더구나 우리는 국가와 영토 수호를 주 임무로 삼고 있 는 군인들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