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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군역사 및 역사일반 군사연구 제127집 43 Ⅰ. 머 리 말 영국의 저명한 역사가 E. 홉스봄은 20세기를 ‘극단의 시대(The Age of Extremes)’로 정의하였다. 극과 극이 공존할 정도로 아니면 모든 것들이 극단으 로까지 치달렸을 정도로 변화무쌍한 시대였다는 의미이다. 이 말은 상당한 정도 로 타당성이 있다. 인류가 지구상에 문명을 이루며 살아온 수천 년의 세월들 속 에서 지난 20세기만큼 엄청난 변화가 그토록 빠른 속도로 전개된 시대는 일찍이 없었다. 특히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인해 과거 세기의 100년에 걸친 변화 가 20세기의 10년에 이루어진 발전보다 못하다는 평가까지 내려질 정도이다. 국내의 한 학자는 홉스봄의 정의를 좀 더 쉽게 풀어서 20세기를 ‘커다란 역설 의 세기’로 단정하였다. 다시 말해, 서로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극단들 이 공존한 세기였다는 것이다. 우선, 20세기는 ‘전쟁과 평화’의 세기였다. 제1, 2차 세계대전은 물론이고 1945년 이후에도 지구상 어디에선가 끊임없이 총성이 들려 왔지만, 다른 한편으로 20세기는 과거 어느 시대보다도 인류가 평화를 만끽하면 서 살아가고 있는 시대이다. 두 번째로, 20세기는 ‘독재와 인권’이 공존한 세기였다. 무솔리니, 히틀러, 스탈 린, 모택동, 그리고 김일성 등 수많은 독재자들이 출현하여 인류를 학살하고 억압 한 시대였던 반면에, 20세기만큼 사람들의 인권이 신장되고 보장을 받은 시대도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지금도 세계에는 독재자들이 존재하고 이들이 자국민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있지만, 19세기처럼 집단적인 농노제(農奴制 : 농민이 봉건 지주 에게 예속되어 지주의 땅을 경작하고 부역과 공납의 의무를 지던 사회 제도)나 노예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세 번째로, 20세기는 ‘풍요와 빈곤’이 공존한 세기(世紀)였다. ‘살과의 전쟁’ 또 는 ‘다이어트의 시대’라고 할 정도로 20세기는 물질적 풍요가 넘쳐난 시대였다. 심지어는 개들도 엄청난 호강을 누리며 사는 시대가 아닌가. 하지만 동시에 지구 의 다른 구석에서는 극단적 빈곤이 도사리고 있다. 아프리카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 주변에서도 화려한 외관을 한 꺼풀만 들추어 봐도 밥 세 끼니를 제대 로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더구나 20세기의 끝 자락에 와서 진행된 세계화로 인해 부익부 빈익빈의 상태는 더욱 심화되어 빈곤 층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