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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 다녀오겠노라고 갔던 놈이 늙은 군인의 노래를 부르며 계급장이 바래져 허옇게 되어간 중사 5 호봉 ... 곧 상사 진급 1 순위가 되어 버린 , 전군 하사관 중 최고 학력에 , 전군 영어 시험 1 등이라는 ... 사격과 구보와 행군에 도가 터버렸고 , 특공무술과 도피 및 탈출 교관 , 수색정찰과 침투 , 습격 , 매복 , 생존 등 특수전에 능한 전투전문하사관이 되어 버렸습니다 . 미 2 사단에서 미군과 2 년 동안 뒹굴고 ,...Schlesinger 방정식과는 하등 상관없는 다른 차원에서 버벅거린 거지요 . 강원도 양구에서 전역을 했을 땐 , 흰 눈길을 홀로 걸어 나오면서 R 관의 강의실과 실험실을 생각 했었습니다 . 겨우 전역을 했는데 , 야전에서 뒹굴기만 해서 책 한 번 잡아 본 적도 없는데 , 7 년 만에 돌아와 보니 본과 2 학년이라네요 . 학제가 바뀐 겁니다 . 매트릭스를 배운 적이 없는데 , 86 학번 아이들은 고등학교때 다 배웠다니 ... 게다가 컴퓨터 시대가 열리고 있었지요 . 바야흐로 초고속 경제성장의 시대 ... 한술 더 떠 생소한 ‘민중민주주의자들’ . 군복을 벗는 순간엔 이제 어떤 난관도 다 해쳐나가겠다고 생각했는데 , 여러분들 다 아시겠지만 , 그건 아 직 세상의 쓴 맛을 덜 본 놈들이 하는 말이라면서요 ? ㅋㅋㅋ . 복학 후에도 여전히 제 삶의 보따리는 무거웠습니다 . 그리고 동기 여러분들께는 죄송하지만 학부를 마치면서 물리학을 결국 접어버렸습니다 . 뭐 , 패배를 자인한 셈입니다 . 환경이 너무 달라졌고 , 하여간 힘들었습니다 . 다만 , B 학점 성적만은 만들려 애썼지요 . 나이가 많아져 취직이 안 되니 취업용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여러분과 함께 물리학을 하지 못한 죄의식을 조금이나마 덜어볼 심산이었습니다 . 제 자신에게 가한 채찍이기도 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