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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➊ • 김대락의 백하일기 ⑤ 99 두고 사방에서 배우러 오 는 사람들을 대접한다고 해서일 것이다. 이야말로 횡거(橫渠=중국 북송의 학 자로 본명은 張載) 선생이 ‘토지를 구획하여 곡식을 모으고, 학문을 일으켜 예 를 이루려’하였던 뜻이니 매우 가상하다. 11일 음산한 바람이 불고 소나기가 내려 여름 추위가 가을 같다. 사위 이문형과 정식 · 윤일이 실이(實伊)와 함께 학 교의 농장으로 가서 콩을 심고 비에 젖는 것을 무릅 쓰고 저녁에 돌아왔다. 12일 맑음. 쉬었다 가는 가게마다 주인이 선량하지 않은 곳이 없으나, 다만 내놓는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다. 칠십 년 익힌 식성을 갑자기 바꾸지 어려우니, 맛있는 음 식과 잘 빚은 술의 해로움을 후회해도 미칠 수 없다. 탄식할 일이다. 13일 맑음. 아이가 학교에서 머리를 땋고 청인(淸人) 복색으로 왔다. 이런 모양을 하고 무슨 낯으로 고향에 돌아갈 꼬? 한탄스럽기 그지없다. 14일 학교에 가 보았다. 이날 오후에 학교를 연 다고 해서이다. (그 길에) 이회영(李會榮) 형제의 집에 들러 일경(一頃) 정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두 초수 (楚囚=초나라에 붙잡힌 포로. 죄수)처럼 마주 보고 눈 물을 흘리고 하릴없이 돌아왔다. 지붕에 물이 샌다는 것을 집주인에게 여러 번 말했더니 이제야 와 고친 다. 일솜씨가 심히 허술하고 소홀해 보이지만, 비가 올 때 다시 점검해 볼 요량이다. 저녁에 소나기가 세 차게 내렸다. 아이들이 비에 젖는 것을 무릅쓰고 돌 아왔다. 15일 맑음. 윤일과 조카 정식이 항도천(恒道川, 현재 횡도천) 으로 출발하였다. 집 아이는 집안 볼일 때문에 다음 날을 기다려 출발할 계획이다. 문형(文衡)이 학교에 갔다가 낮에 돌아왔다. 16일 맑음. 집 아이가 항도천에 갔다. 청나라 사람과 계약할 일이 있어서이다. 실아(實兒)를 장유순(張裕淳)의 집 에 보내어 짐을 찾아왔는데, 두 집안의 옷 보따리와 김대락이 만났던 이회영(1867  ~1932)이 중국 북경에서 찍은  사진 이석영 6형제의 서간도 망명 논의 상상화.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 로 석영 · 호영 · 건영 · 철영 · 시영 · 회영(이상 우당기념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