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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2026년 3월 순국 Focus 역사의 시선으로 3월의 전설(124회) 했다. “고만두시오. 애들 이름이나 대시오.” 헌병대 고문 오기영 등 다섯 소년은 헌병분견대에 끌려가 옷고 름을 뜯기고, 허리띠와 대님을 빠앗긴 뒤 유치장에 갇혔다. “요놈의 새끼들, 독립시켜 달라고 만세를 불 렀다고 했지? 어디 고 주둥아리에서 무슨 말미 안오 나 나중에 들어보자.” 헌병보조원이 찬바람이 쌩 도는 어두컴컴한 유치 장의 육중한 철문을 쾅 소리가 나게 닫고 빗장을 지 른 후 창살 사이로 들여다보며 으르릉거렸다. “이 새끼들 웬 새끼들이야? 누가 잡아 왔어? 요것 들이 만세를 불렀어?” 술 취한 보조원이 와서 구시렁거렸다. “아, 요것들 까지 날뛰는 세상이야? 가만있거라 총! 총이 어디 있 나?” 술에 취해 총을 들고 소리쳤다. “요 새끼들, 모 조리 죽일 테다.” 술 취한 보조원이 동료에게 이끌려 갔다. 그날 밤부터 고문이 시작되었다. 헌병들이 칼을 차 던 혁대로 아이들의 가슴을 졸라맨 뒤 들보에 박힌 못에다 끼어 매달았다. 몸이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려 두 발을 허둥거리는 것을 재미있다는 듯 보던 보조원 이 바짓가랑이를 끌어 내렸다. 허리띠 없는 바지가 훌렁 벗겨졌다. “만세 부르라고 누가 시켰지?” 손바닥으로 볼기짝을 후려쳤다. “우리끼리 불렀어요, 시킨 이 없어요.” “니들 아직 맛을 못 봤구나!” 때는 12월 중순, 한겨울이었다. 맨몸뚱이로 들보 에 매달려 있으니 고문의 무서움보다 추위를 견딜 수 없었다. 보조원이 마당에서 아카시아 나뭇가지를 꺾 어 왔다. 사정없는 매질이 시작되었다. 너무 아파 울 음도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하든 매달린 데서 내려 와 바지를 입어야 살 것 같았다. “내려놔 주세요. 바른말 할게요.” “요 간나 새끼, 바지나 입어!.” 내려놔 주자 서 있을 수가 없어 털썩 주저앉았다. “아무도 시킨 이 없어요.” “에라, 요 발칙한!” 보조원이 오기영의 뒷덜미를 잡아 마당으로 동댕 이쳤다. 마루 아래 돌층계에 턱을 짓찧어 앞니가 부 러지고 코피가 터졌다. 다시 유치장에 갇혔다, 다른 방에서 매질하는 소 리, “바로 대라 이 새끼야!” 하는 소리, 발을 동동 구 르는 소리, 뺨을 찰싹찰싹 맞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윽고 다섯이 다 유치장으로 돌아왔다. 차가운 바닥에 담요 한 장을 깔고 한 장으로 덮고는 서로 껴안는 듯 딱 붙어 추위를 달랬다. 고문은 낮에 한 번 밤에 한 번 닷새간 계속되었다. 오기영의 동생 오기옥의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법학과 졸업자 명단(가 운데줄 가운데 적색 표기, 『조선총독부 관보』 1943.10.8자, 국사편찬위 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