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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2024년 5월 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① 순국 Focus   역사의 시선으로 보았다. 7일 나생원(羅生員)과 실아(實兒)을 보내서 갈 석(葛席) 한 장으로 상탕거우(上湯渠右)의 왕씨 성을 가진 이의 집에서 개를 샀다. 개 크기가 송아지만 하 여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보던 것이다. 이곳 물가로 는 이것이 매우 싸서 내가 그 가죽까지 다 가지러 가 는 편에 그 가격을 따져보니 여덟 냥 다섯 전이다. 우 리나라 돈 네 꿰미 정도라 하겠다. 주인과 손이 함께 배불리 먹고 마셨으나 가아(家兒)는 유독 금계(禁戒) 를 지키느라 먹지 못하였다. 마음에 걸린다. 오후에 비가 내리더니 저녁 내내 그치지 않았다. 밤에 막 잠자리에 들려고 할 때, 지붕이 새더니 소나 기가 퍼붓듯이 내려 요와 베개가 다 젖었다. 아이들 이 모두 하늘을 원망했으나, ‘승상(丞相) 류관(柳寬)이 “우산이 없는 집은 어떻게 장마철을 지낼꼬?”라 하였 다’는 말로 위로하며 달래었다. 김달(金達)은 학교 교 무를 돕는 일 때문에 추가가(鄒哥街)로 옮겨갔다. 몇 달 동안 한솥밥 먹던 사이라 섭섭함이 특히 심하다. 8일 바람이 불기도 하고, 비가 오기도 하고, 볕이 나기도 함. 기후가 고르지 않으니 아마도 음기(陰氣)가 너무 성하여 태화(太和)의 좋은 기후가 없고, 수천 년 동안 버려진 땅으로 산과 들이 개척되지 못하여서인 듯하 다. 땅이 온통 진흙투성이라 발디딜 곳이 없으니 걱 정이다. 아이가 정식(正植)과 이서방 문형과 함께 가 상(佳上)에서 곡식을 찧어 왔다. 이는 우리 집의 노새 를 청나라 사람이 먹이며, 맷돌이 그 집에 있었기 때 문이다. 9일 맑으나 바람 기운이 아직 참. 갑자기 노루가 들판에 뛰어드는 것을 보았다. 아마 도 이는 산척(山尺=산속에 살면서 사냥도 하고 약초 를 캐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에게 쫓겨서 화를 피 할 곳을 잃어버린 듯하다. 숲이 울창하니 거기서 나 는 산물이 반드시 많을 것을 알겠으나, 아무도 잡고 가지는 사람이 없으니 다만 부러워할 따름이다. 청나라 사람 문동(文東)이라 하는 자는 학교의 생 도이다. 책을 끼고 오더니, 내가 책을 매우 좋아한다 는 것을 알고 상자를 열고 책을 빌려준다. 그 역시 글 을 가까이하는 사람인데 노인의 사정을 훤히 알아주 다니 기특하고 기특하다. 그 글은 당송(唐宋) 팔대가 중에 골라 뽑은 것이다. 담암(澹庵) 호전(胡銓)의 ‘고 종봉사(高宗封事)’에 이르러서는 더욱 문체가 근엄하 고 의리가 준절함을 볼 수 있어 오늘을 미리 준비한 것이라 할 만하다. 한 번 보고 베껴서 책상 위에 두고 소일거리로 삼을 만하다. 어떤 한 젊은이가 말을 타고 청나라 사람 복색으로 지나가다가 집의 아이와 함께 말을 나눈다. 음성을 들으니 한인으로 일찍이 안면이 있던 사람으로 바로 이선구(李宣求)이다. 사 이에 가린 것이 다만 베 장막 하나일 뿐인데, 이 늙은 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 묻지 않다니 섭섭하고 섭섭하다. 10일 잠깐 비가 내리다가 금방 갬. 집 아이가 품을 사서 논을 마련하더니 오늘 처음 낙종(落種=파종)을 하였다. 힘은 모자라고 계절은 늦 었는데, 어찌 다 자라 읽을꼬? 조카 정식은 학교(신흥 학교) 밭에 콩을 심는 일 때문에 오후에 윤일(尹一)과 함께 추가가로 떠났다. 대개 학교에 농막 하나를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