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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➊ • 김대락의 백하일기 ⑭ 97 게다가 ‘집에 땔감과 물이 모두 군색할 까닭이 없 으니 다행하고 다행’이라고 당시 상황을 남겨 놓고 있다. 이렇게 백하는 새롭게 정착한 합니하에서의 출발을 나름대로 만족해 한 듯하다. 그래서 백하는 ‘세상에 좋은 사람 없다는 무호인(無好人) 세 글자는 군자가 말할 바가 아니라며’ 어려서 읽은 『소학(小 學)』의 글귀를 상기하기도 하면서 고단한 망명살이 의 비애를 승화시키고 있었다. 2월 2일 누런 안개가 사방에 자욱이 끼어 멀리 산을 분간할 수 없었다. 저녁에 홀연히 회오리바람이 불며 세찬 비가 내리다가 다시 눈이 왔다. 합니하로 간 사람들 소식을 까마득히 듣지 못하여 근심스럽다. 3일 바람이 불었다. 영근 모자가 합니하로 길을 떠났다. 내 걸음이 더 디고 느려서 모두 함께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저녁 요지령을 넘으며 「過鬧枝嶺」 三歲于今四遷之  3년 세월 지금까지 네 번이나 옮겨오니 東風携手又南爲  봄바람에 이사하고 또 남쪽으로 떠나왔네 懸崖雪石圭稜刻  벼랑과 눈 덮힌 험준한 고개를 넘어 翳樹天形隙樣知  빽빽한 숲속 하늘이 틈처럼 생긴 줄 알았네 澗水遠從千萬落  골짜기 물은 저멀리서 천만리를 흘러오고 煙家或出兩三楣  인가라곤 간혹 두어칸 작은 집이 나올 뿐 吾何是日尋仙界  내 어찌 이날 신선의 세계를 찾아왔겠나 應是流花漏網時  응당 흐르는 꽃잎 그물을 벗어날 때이지 오늘날의 통화현 합니하 일대 전경(독립기념관 제공)1910년대 초 안동 출신 인사들이 대거 이주·망명하여 정착한 유하 현 삼원보 입구(국가보훈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