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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2024년 6월 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① 순국 Focus   역사의 시선으로 풍부함은 대개 기계의 발달 때문일 것이다. 4일 맑음. 날마다 항도촌 식구들을 바라는데도 소식이 이르 지 않는다. 혹 중간에 차질이 생긴 것인가? 당손(唐孫 =김대락의 증손자 쾌당. 김시흥)이 겨우 백일이 지났 는데, 무슨 수로 무사히 도착할는지 가장 마음이 쓰 인다. 마음 편히 자고 먹을 수가 없다. 5일 맑음. 저녁에 이규룡(李圭龍)이 회인현으로부터 와서 우 리집 소식을 전하기를, 내일 여기에 도착할 것이라 한다. 걱정이 조금 풀린다. 만초가 장차 만리구(萬里 溝)의 순경국(巡警局=순찰청)에 가려고 하는데, 우리 의 옛 의관복식이 지금 사람들의 이목에 낯설 터이 라, 마지못하여 바탕을 바꾸고 복색을 고쳤다. 백수 (白首)의 신선 같던 풍채에 옛 모습이 전혀 없다. 이 어찌 즐겨 하는 것이랴. 우습고 한탄스러워 시 한 수 를 읊어 위로의 뜻을 보인다. 6일 아침에 비 오다가 저녁에 갬. 오후에 울진 산다는 두 청년이 말을 끌고 가게로 들어와서는 우선 우리 식구들이 막 오고 있다고 말해 주었다. 처음 들었을 때는 기뻐서 미칠 것도 같고 울 것도 같았다. 쾌당을 볼 마음이 급하여 길까지 나가 맞아서 데리고 왔다. 막 홍역을 겪었다 하여 얼굴이 형편없을까 걱정했는데, 몸을 보니 점점 사람의 모습 이 갖추어가고 있어 기특하고 사랑스럽다. 가장 가련 한 일은, 운모(雲母=손부)의 형색이 피곤하고 지쳐 여 력이 없는 상황이니 한탄스럽고 한탄스럽다. 7일 맑음. 짐을 꾸려 출발할 때에 내가 먼저 길을 나섰다. 말 은 남겨두어 운(雲)이의 어미 고부가 타고 가게 하고 나는 지팡이를 짚고 황서방과 함께 앞서 갔다. 더러 그늘에 들어가 쉬기도 하고, 더러 가게에 들러 차를 끓여 마시기도 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니 피 곤하고 지쳐서 여력이 없었다. 매번 늪지를 만날 때 마다 온 신발이 진흙탕에 빠져서, 내려다보니 바지와 버선이 더럽기가 말도 못 할 정도였다. 땀을 훔치며 부채를 찾다가 비로소 어딘가에서 잃 어버린 것을 깨달았다. 지금 내 정신이 이러니 가련 하여 한탄스러움을 어찌하랴? 우거하는 곳에 도착하 여 겨우 점심 숟가락을 막 놓았을 때, 뒤에 오던 사람 들이 이어서 이르렀다. 평해 사는 황병문과 울진 사 는 윤병헌, 주병륜 그리고 평해 사는 동몽(童蒙) 황병 탕, 정동수, 황병우 등은 어제 추가가(鄒哥街)에서 김 달(金達)과 함께 먼저 와 있었는데, 내게 인사를 하려 는 것이었다. 9일 맑음. 학교에 가서 김달을 살펴보고는 상탕구로 가서 주 (朱)노인을 찾아 보았다. 이어서 조섭하는 김노인의 안부를 물은 뒤에 점심때가 되었기에 우거하는 곳으 로 돌아왔다. 황서방과 이서방은 책짐을 꾸려서 같 이 기숙사로 갔다. 거기가 여기보다는 좀 가까워서 오가기에 편하기 때문이었다. 형편이 비록 그렇게 만들고는 있지만 쓸쓸하고 그리운 마음이 더욱 심하 다. 듣자 하니, 며칠 전 추가가의 농부 하나가 마침 밭 한가운데 있다가 갑자기 심한 번개를 맞아서 거 의 죽었다가 겨우 다시 살아났다고 한다. 놀라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