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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도 듣고, 책도 들춰보고, 가끔씩 뭔가도 써보지만. 걷잡을 수 없는 회의감, 속절없는 비애그리고끝없이나락으로추락하는절망감. 나는불행하다, 인간은불행하다고입 술을달싹거리며조그맣게중얼거려본다. 그래도사라지지않는종잡을수없는슬픔. 도대체이수습하기힘든슬픔의정체는무엇일까. 그래, 우리는꽃이피는시간에만났었지. 누가누군지도정확히모른채만나서몸 을 섞고 정을 나누고 서로 욕도 하면서 그렇게 차츰 늙어갔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아무일도일어나지않았다는듯. 한때 청춘의 열정을 품었던 뼈의 마디를 하나하나 세어 본다. 지금은 어디론가 흔 적도 없이 흘러간 그 시절의 세포 하나하나. 아프면서도 아프지 않게 멀쩡한 얼굴을 하고꿈속을헤집고다니는. 4 오다가다 문득고개를들어보았다 마음같았다 시리고푸른천변만화하는 그래서 눈썹을올려달을지운다 쓱 쓱 쓱 오늘도한개내일도한개 아스팔트위의보름달 기별 Essay | 0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