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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➊ • 김대락의 백하일기 ⑮ 93 16일 맑음. 이날은 청나라 사람들의 명절이다. 제물을 많이 갖 추어 산신령에게 제사를 지내고, 남녀가 즐겁게 먹고 마시며 노는 것을 일삼는다. 손자 창로가 이열정 집 에서 크게 대접을 받고 돌아와, 둥근 떡[원병(圓餠)] 셋과 고기 한 근을 올린다. 열정이 말하기를 “자네 할 아버지는 곧 내 할아버지이다”라고 하니 성의를 근 후하게 함이 한 집안과 다를 것이 없다. 돌아보건대, 내가 어찌 이와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었던가? 또한 내가 밭을 구하는 것을 보고 자기 일 처럼 근심하니 고맙고도 고맙다. 세상의 이른바 ‘좋 은 사람은 없다[무호인(無好人)]’는 세 글자는 아마도 군자가 말할 것이 아닐 것이다. 17일 비. 아이가 청구에서 돌아왔는데, 거주하는 공터의 북 쪽 절벽 아래 굴 하나를 파두었다고 한다. 아마도 거 기서 노소(老少)가 편히 머물 계책일 것이다. 18일 비와 눈이 옴. 19일 맑음. 형식이 청구에서 오후에 돌아왔는데, 비로소 두 곳의 집터를 얻었다. 한 곳은 병일(황병일=손녀사위) 이 점찍은 곳이요, 또 한 곳은 최생이 살 곳이다. 모 두 아이들이 주선한 힘이었다. 그곳에 가보니 마음 에 들지 않아, 최생은 다시 따로 영춘원에 점지하여 머물러 있다. 20일 맑음. 지곡의 권동직(權東直)과 오환(五煥) 부자가 안식 구들을 데리고 마차를 타고 도착했는데, 통화현(通化 縣)에 남겨 둔 우리 짐꾸러미도 함께 왔다. 조카 홍식이 같은 날 들어왔다. 3년이나 떨어져 있 던 나머지에 숙질이 마주 대하니, 기쁨이 지극하면 슬픔이 생기는지 논물이 흐르고 목이 메었다. 좌중의 보는 사람들 또한 모두 눈물을 흘렸다. 21일 [돌아가신 아버지 도사부군의 기일이다] 족손 성로, 형팔과 녹동 이정수, 종륜이 들어 왔다. 가까운 친척끼리 반가움을 나누노라니 동남(東南)에 신흥강습소가 있었던 중국 길림성 통화현 합니하와 신흥강습소 터 (독립기념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