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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원투사들에게
너희들은 내가 좋아하고 사랑한 만큼
내가 너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허지만 누구보다 앞장서 싸워온 나를 누구보다
자연스럽게 여기기에 내 죽은 이후 너희들에게
할 일을 부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시는 이 땅에 이러한 악순환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이 싸움이 너희들에 의하여 끝맺어지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이율배반적 현실이 슬프기도 하다
열심히 공부해라! 못난 선배처럼 확고한 이론적
바탕을 이루지 못한 것을 철저히 비판해라.
짧은 생 미련은 없으나 너무나 아쉬운 것이 많다.
이루지 못한 일들 넘겨줄 수밖에 없는 것을
미안하게 생각한다.
1985. 9. 1.
송광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