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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미었었다. 어느 한 곳 우리 손이 가지 않은 곳이 없고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맺히지 않 은 것이 없다. 현경은 가만히 벽지와 장판을 쓰다듬어 보았다. 새 집으로 이사하는 마당에 오랜 손때가 묻었다고 이들을 함께 챙겨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저 시간과 함께 눌어붙은 추 억들에정이가고쉬이손길이떨쳐지지않을뿐이다. 문밖에서 찾는 소리가 들렸다. 이삿짐 차에 짐을 옮겨 싣던 남편이 돌아온 모양이 다. 무얼그리꾸물대냐는타박이있지싶어현경은앉았던몸을일으켰다. 쟁이다 만 잡동사니들 사이를 밟아 문 쪽으로 다가서다 그녀는 다시 한 번 몸을 틀 어 어둑한 방안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익숙한 무엇인가를 가슴 가득히 들이마셨다. 그 녀는 잠시 그대로 몸을 멈추었다가 다시 문 쪽으로 몸을 틀곤 장지문을 활짝 열어젖혔 다. 낮게 덜그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한 귀퉁이에 던져져 있던 조각 햇살이 거대해지며 방안의그늘을빠르게지워갔다. “방송국이사간대요.” 단톡방에 뜬 후배의 메시지를 보고 한 동안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그리 크지 않 은 건물을 주보사와 나눠 쓰며 비좁은 제작실에 국원 수십 명이 빠듯하게 모여 앉아 전방을 진행할 때마다 새롭고 넓은 공간으로 옮겨보는 게 소원이던 시절이 있었습니 다. 그런데 막상 방송국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한다는 소식을 건네 들으니, 더 넓고 좋 은 곳으로 가는 거겠거니 하면서도 마음 한 켠에 서운함이 이는 건 어쩔 수 없어 글 조 각하나를붙여봤습니다. ……… 대도서관 옆을 지나 본관 앞 왼쪽 숲길을 접어들면 방송탑 너머로 4.19탑이 보이 고, 오른 쪽으로 이어진 소로를 따라 몇 걸음 떼어 올라가면, 길 끝 왼 편엔 회칠한 낡 은게시판이오른쪽엔일곱계단이던가요? 여덟계단이던가요? 기별 Essay | 0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