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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 칼럼 ➊ • 잊혀진 한말 무명의병, 그들은 누구이고 왜 기억해야 하나 9 기록되지 않은 희생 무명의병은 이름조차 기록되지 않은 채 스스로 의 병운동의 최전선에서 싸우다 쓰러져간 수많은 의로 운 병사들을 일컫는다. 일본 조선주차군사령부가 편 찬한 『조선폭도토벌지』에 따르면 1906년부터 1911 년까지 전국적으로 2,852회의 의병전투가 벌어졌 으며, 141,815명의 의병이 참전했고 그 중 17,779 명이 전사했다. 이 기록에는 이전의 을미의병(乙未 義兵)과 을사(乙巳)의병운동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실제 의병 전투 참여자와 전사자는 훨 씬 더 많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이 름은 남지 않았다. 기록에는 단지 “사살된 폭도 ○○ 명”이라는 식의 숫자만이 존재할 뿐이다. 왜곡된 기억과 잊힌 다수 2025년 현재 독립유공자로 공식 서훈을 받은 의 병은 2,739명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참전 의병의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다. 게다가 순국 의병 가운데 독립유공자로 추서된 이는 약 1,200여 명으 로 전체 순국자의 5%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 다. 한말 의병운동에 참여한 대부분의 의병, 즉 9 5% 의 순국 의병과 98%의 참전 의병이 기억에서 배제 된 ‘잃어버린 독립운동가’인 것이다. 시민운동에서 제도화로 2022년 9월 경기도 수원에서 역사학자와 시민들 이 모여 ‘무명의병포럼’을 결성하였다. 이 포럼은 같 은 해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잃어 버린 무명의병 찾아서”라는 무명의병을 찾는 일을 시작하였다. 포럼은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추모 행사도 함께 열었다. 특히 맥켄지 사진의 촬영지가 경기도 양평군 오빈리라는 사실을 학술적으로 고증 해낸 성과는 언론 보도를 통해 사회적 파급력을 발휘 했고, 무명의병 기억운동이 주목받는 계기가 되었다. 2023년에는 이 운동이 시민 차원을 넘어 제도화 의 단계로 발전했다. 무명의병포럼과 경기일보가 경 기도의회에 조례 제정을 제안하였고, 같은 해 10월 ‘경기도 무명의병 기억과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어 12월 황대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조례가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전국 최초 1907년 경기도 양평에서 영국 신문기자 맥켄지가 촬영한 무명의병 실제 사진(필자 제공) AI로 되살린 맥켄지의 무명의병 사진. 사진 촬영장소인 양평 오빈리 현 장 지형에 색감을 입힌 무명의병을 복원하였다(‘Our TV’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