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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➊ • 김대락의 백하일기 ㉑ 87 로 그 패악을 받는 수밖에 달리 묘책이 없다. 누워도 잠이 오지 않고 두통이 심하다. 두렵고 한탄스럽다. 13일 아침에 학교 생도인 전일(全一)과 평안도 사람 이겸호가 와서 말하기를, “상점의 물건들이 모 두 도적들 손에 들어갔고, 또 집에 불까지 질렀지만, 집이 다 타는 화는 겨우 면하였다. 사람들 중에는 두 들겨 맞은 자도 있다”고 한다. 두렵고 통탄스럽다. 순찰하는 병졸이 나오면 혹 쫓아가 붙들 도리가 있을까? 아침 후에 들으니 한 놈이 순찰병에게 붙들 렸으나, 그 무리 일곱은 통화현으로 달아나 훔친 물 건을 팔아치웠다고 한다. 이형국은 그대로 머물고, 이종기가 와서 잤다. 14일 밤에 도둑들이 또 상점에 불을 질렀다. 아 마 하고 싶은 짓을 마음대로 하지 못한데다 남아 있 는 몇 집이 미워서였을 것이다. 그 일당 네 놈이 붙잡 혔다. 15일 어제 집의 아이 형식이 이열정의 집에 가 서 정답게 차려주는 음식을 넉넉히 먹고 달밤에 돌 아왔다. 합밀(哈蜜) 상점이 타고 남은 것을 막 수리한 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일꾼 한 명을 데리고 가 서 형편을 살펴보니, 두들겨 맞은 사람들이 겨우 스 스로 움직였다. 체포된 도둑 19명 중에는 한국 사람이 두 놈, 일본 사람이 두 놈이고, 나머지 사람은 모두 청나라 놈들 이다. 차례로 신문하여 훔쳐 간 물건도 이미 드러났 으며, 순졸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한창 다시 자취를 수색하고 있다고 하였다. 낮에 이수옥, 김○○와 함께 김영근의 집에 가서 밥을 먹었다. 돌아오는 길에 조카 문식을 만나보고 우소(寓所, 머무는 곳)로 돌아 왔다. 조카 규식(圭植) 과 손자 창로(昌魯)가 또 우두구로 갔다. 토착민들 중 에 집과 집터를 팔려고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시세를 틈타 가격을 올려 이전보다 배나 올랐다. 그 러니 대략 마련한 잔돈으로는 그들 마음에 맞출 수 가 없다. 3년 동안 남의 집을 빌려 살았는데도 오래 도록 안정되게 살 곳이 없으니 탄식하고 탄식할 일 이다. 저녁에 비가 오더니 밤새 이어졌다. 16일 아침에 비가 오더니 오후 늦게 갬. 날씨가 짙게 흐려 도대체 푸른 하늘이 보이지 않 으니 고민이다. 밤에는 설사 기운이 있으니, 찬바람 을 쏘인 것이 빌미가 되었나 보다. 참으로 고통스럽 고 가련하도다. 17일 쾌청함. 도둑들은 모두 잡아 통화현으로 갔다고 한다. 집 안 조카 병대와 병칠이 학교 가는 길이 꽤 멀어서 합 밀하(哈蜜河)의 한씨 집에 의탁하러 갔다. 여러 달 동 안 한솥 밥을 먹었던 뒤라 아쉽고 그립기가 매우 심 하다. 오늘 이미 3일이 되어서야, 와서 안부를 물었 다. 지친(至親)만한 게 없다는 말이 참으로 일리가 있 구나. 방이 너무 더워서 북쪽 새 방에 가서 잤다. 춘삼이 돌아가겠다고 하는데, 다시 대신 일해줄 일꾼이 없 다. 탄식할 일이다. 18일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