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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2024년 3월 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① 순국 Focus   역사의 시선으로 지금부터 만 113년 전인 1911년 3월에 기록한 백하 김대락의 일기를 우리는 함께 읽고 있다. 일기 속에는 늙은 망명객의 ‘ 떠 돌이 살림의 군색’한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다. 한편 당시 김대락은 자신의 어려운 심정을 수많은 시(詩) 속에 녹여 내고 있 었 다. 지면 관계상 시를 소개하지는 못하고 있으니 관심 있는 독자들은 이 글의 저본(底本)인 『국역 백하일기』(안동독립운동 기 념관편)를 참고 하기 바란다. 김대락의 백하일기 ③ 이주 직후의 어려움에 늘 통곡과 한탄 지식인들과 교류하며 그나마 마음의 위안삼아 늙은 망명객 ‘떠돌이 살림의 군색한 모습’ 절절이 기록 글  최진홍(월간 『순국』 편집위원) 1일 [조모 진성이씨 기일] 큰 눈이 하늘을 가릴 듯이 내리더니, 이미 한 자쯤 이나 쌓였다. 땔나무는 모자라고 방구들은 차가워 점 점 스스로 견디기 어렵다. 2일 눈은 개었으나 추운 날씨. 밤에 또 꿈에서 아버님을 뵈었다. 만초(萬初, 매부 이상룡)가 청인(淸人=중국인)에 쫓겨 다시 함께 모여 살게 되었다. 내 거처가 초라하고 군색하여 보기에 심 히 근심스럽다. 낯선 곳의 민속이 참으로 통탄스럽다. 3일 맑음. 만초가 식솔을 거느리고 이병삼이 예전에 거처하 던 집으로 떠나니, 곧 두릉동(杜陵洞)이다. 서로 떨어 진 거리가 십 리라 막 발섭(跋涉=산을 넘고 물을 건너 감)하여 뒤따라 갈 수도 없고, 또 이웃 없는 외딴 집 이라 장차 왕래하는 인편도 없을 것이다. 다릿목까지 따라가 전송하노라니 마치 한 팔을 잃은 듯하다. 서 글프고 한스러움을 어찌 이기겠는가? 손녀의 산우(産憂)가 또 한 가지 근심거리다. 4일 날씨가 차고 바람이 불었다. 손녀의 산우가 극히 심하여 머리가 무겁다. 그 어 미가 밤낮으로 근심하고 염려하나, 이처럼 의원도 없 고 약도 없는 곳에서 무슨 수로 구제할꼬? 객지에서 고향 그리는 마음이 갈수록 견디기 어렵다. 다만 새 로 들어온 일꾼이 뜻이 근실하고 민첩하게 직분을 다 하여, 땔감 사정이 조금 넉넉해지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이서방 문형(文衡=이상룡의 조카 이광민)이 와 서 말하기를 “거처하던 집이 또 남을 위해 단장한 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