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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몇 시간을 보내고 터덜터덜 숙소로 돌아온 우리를 맞이한 것은 만취 상태 의35기이하선배들이었다. 선배들은규칙을운운하며우리를밖으로내몰았지만, 정 작 자기들은 따뜻한 숙소 안에서 달달한 진로 포도주를 그야말로 꽐라가 될 때까지 마 셔 댔던 것이다. 상황을 알게 된 우리 기수는 치사한(?) 선배들의 행태에 분노와 억울 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화를 낼 수도, 기막혀 하고만 있을 수도 없었 다. 방송국지도교수인박이도교수님이한시간뒤도착하신다는연락을받았기때문 이었다. 유일하게 정신 멀쩡한 우리 기수는 이 상황을 어떻게든 수습해 보려고 최선을 다 했다. 하지만역부족이었다. 갖은핑계로시간을끌어보고자머리를모았지만, 교수님 이 도착하자마자 뛰어나온 35기들 때문이었다. ‘잠뱅이’상표의 스노우진을 즐겨 입 던 S형이 뛰어나오며 잔뜩 꼬부라진 소리로“, 안뇽하세요?~”를 외쳤고, 뒤이어 나 온 S언니 역시 몸도 가누기 힘든 상태로‘이도성’을 부르짖으며 우리를 당황케 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광경을 목격한 교수님은 짧은 한숨을 내쉬며 방으로 들어가셨다. 다음날 서울로떠나실때까지우리는교수님을피해다녔다. 그리고공항으로떠나시기직전, 교수님이우리에게남긴말은“제발비(非)알코올로놀라”는진심어린당부였다. 28년이 지난 지금, 문득 궁금해진다. 왜 선배들은 우리 기수를 아무것도 없는 한겨 울, 허허벌판속에내쫓았을까? 도대체그날진로포도주를몇병이나마신걸까? 교수 님을“형”이라부르는망발을저지른다음날, 그들은무슨생각을했을까? 누가대답해주실래요? 084 | 대학의 소리 방송국 - VOU 60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