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page

솔직히말해서재미가없었다. 반면 아나운서 부서에는 뜬금 김경희, 엉뚱한 양정화, 허무한 백선태와 최재호 그 리고대찬노성희가있었다. 보도 부서는 그 당시 방송국에서 민주화 투쟁의 강철대오에 선 전사들이어서 타부 서와는 따로 움직였다. 엔지니어 부서는 김상수, 김현주, 김성준, 이렇게 3명이었는데 엔지니어실에서기계를만져야했기때문에부스에서강습을했다. 33기 아나부장 최희정 언니는 박승준 형이랑 처음에는 둘이 사귀는 것으로 오해할 정도로 친했다. 그래서 우리는 아나 모임 끝에 항상 합석을 했고, 피디와 아나는 늘 같 이다녔다. 성희와나는점점친해졌다.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우리들의 열정들이 감정과 얽히게 되면서 여러 감정의 고 리들을 만들어냈고, 우리는 서로 이야기하고 웃고 술을 마시며 고리를 엮고 풀기를 반 복했다. 감정의 대상은 참 많았다. 그에 따른 고민의 대상도 많았다. 박 선배, 김 후배, 우리 모두 젊었고, 힘이 넘쳤고, 열이 났다. 그걸 풀려면 한두 번 터지는 것으로는 부 족했다. 그때 우리 기수는 매일매일 터졌다. 선배들한테 터지고, 동기들한테 터지고, 스스로터지기도하고, 그러면서조금씩성장했고선배가되어갔다. 선배들은 노성희가 술 한 잔 마시고 한 번 틀면 일이 귀찮아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 었다. 선배들과의마찰은항상비슷한상황에서벌어졌기때문이다. 바로방송국전통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그것들과의 충돌이었다. 우리 기수 이후에는 그런 일 없어졌 다고들었지만, 그때까지만해도방송국에서남녀차별이존재했었다. 또선후배간에 는 이래야한다는 차별이 있었다. 우리 기수 언니들이 유독 술을 많이 마셨던 이유 중 에하나는‘언니들은이렇다’라는보이지않는선입견에대한반항이었던것도같다. 총학과 투쟁이라는 이름이 일상생활 같던 89년, 우리 기수는 3학년이 되었다. 그녀 는 실력도 있었고, 리더십도 있었고, 무엇보다 방송국 일에 열정적이었다. 그녀는 아 씨부장이었고, 아씨부장을 아이씨~하며 거부하고 싶을 정도로 하찮게 여기면서도 후 배언니들을살뜰하게챙겼다. 송국인이면다같은송국인이지, 아씨는뭐고아씨부장 기별 Essay | 0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