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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2025년 10월 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① 순국 Focus 역사의 시선으로 1912년 10월 초겨울의 만주 땅에서 백하 김대락은 밤마다 꿈에서 간절한 그리움을 만나고 있었다. 그리움이 사무치면 꿈 으 로 나타나는 것일까? 간절함이 지극하면 꿈에서 보이는 것인가! 10월 8일 꿈에서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 권씨와 조카를 만 난 백하는 계속하여 꿈에서 아버지를 비롯하여 수많은 그리운 사람들과 소중한 사연들을 만나고 있었다. 한편 나이는 어쩔 수 가 없었다. 10월 4일자 일기에서 백하는 노화로 인하여 기억력이 감퇴하는 자신의 상태를 탄식하고 있다. 김대락의 백하일기 ㉒ 고령으로 어려움 겪으면서도 꿋꿋이 버텨나가 김도화 의병장 등 일가 친척 서거 소식에 통탄 부친과 아내 등 그리운 사람들 꿈속에서나마 자주 만나 글 최진홍(월간 『순국』 편집위원) 하지만 소중함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늙어감에 대 한 탄식 등을 백하는 자신의 시심(詩心) 속에 녹여내 고 있었다. 10월 25일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외롭고 쓸쓸함에 빠져 있던 백하는 내리는 눈을 바라보다가 당나라 시인 고병(高騈)의 대설(對雪)에 있는 “개진 인 간악로기(蓋盡人間惡路歧 세상의 온갖 더러운 길 눈 으로 덮어 버렸네)”라는 구절을 떠올리면서 다음과 같은 시를 남긴다. 詠雪 눈을 읊다 夏雨冬之雪 여름의 비와 겨울의 눈은 形殊氣則同 모양은 달라도 그 기(氣)는 같은 것 吾看鹽虎白 내가 보기엔 염호(鹽虎)가 흰 데 誰獻兼山紅 누가 겸산의 붉은 단약을 바칠까? 郢市孤歌發 영의 저자에선 노래가 외롭고 山陰野棹通 산음 들엔 배가 그냥 왔다가 가네 盡除岐路惡 험한 갈림길 다 덮어버리고 車轂轉如蓬 수레 바퀴살만 쑥대처럼 굴러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