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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독립운동가 열전 • 제암리 비극을 온몸으로 껴안은 “김씨부인” 81 중위의 명령이 내려지자 병사들이 예배당을 포위하 고 창문과 출입문을 닫고는 일제히 총을 쏘기 시작 했다. 예배당에 있던 한 부인은 갓난아이를 창밖으 로 밀어내고 병사들에게 ‘나는 죽여도 좋지만 이 아 이만은 살려 주십시오’하고 애원했으나 병사들은 내민 어린아이의 머리를 총검으로 찔러 죽였다. 교 회 안에서 모두 죽거나 다쳐 쓰러지자 병사들은 교 회의 불을 질렀다.” -전동례,『두렁바위에 흐르는 눈 물』가운데_ 전동례 할머니는 일제가 저지른 제암리교회 학살 사건 때 남편 안진순(1896.1.4~1919.4. 15, 1991년 애국장 추서)지사를 잃었는데, 할머니 나이 겨우 스 물한 살이었다. 1919년 4월 15일, 제암리교회 학살 만행을 목격한 전동례 할머니는 ‘살 타는 냄새가 밤 새 바람에 실려 왔던 그날’ 의 처절하고도 참혹했던 상황을 『두렁바위에 흐르는 눈물』(1991년, 뿌리깊 은나무)이라는 책에 남기고 94세 되던 1992년 11월 8일, 영면에 들었다. 여기서 ‘두렁바위’란 한자 지명 인 제암리(堤岩里) 의 우리말 ‘두렁바위’를 말하며 곧 ‘제암리에 흐르는 눈물’이라는 뜻이다. “교회 안에서 사람들이 모두 죽거나 다쳐 쓰러지 자 병사들은 교회에 불을 질렀다. 부상을 당한 채 교 회 안에 있던 홍 아무개가 창을 뛰어 도망치려다 바 로 그 자리에서 무참하게 살해당했다. 강 아무개의 아내는 불길이 오르는 것을 보고 이불로 몸을 싸고 담 아래 숨어 있었는데 병사들이 총검으로 난자해 죽이고 이불에 불을 질렀다.” -전동례,『두렁바위에 흐르는 눈물』가운데- 스물한 살 에 남편 안 진순을 제암 리교회 학살 로 잃고 말 못할 세월을 살아내면서 구술로 지은 책 『두렁바위 에 흐르는 눈 물』에 나오는 “강 아무개 아내”는 필시 ‘김씨부인’이 아닐까 해서 나는 여러 번 이 책을 읽고 또 읽은 적이 있다. 왜냐하면 제암리교회의 희생자 가운데 강씨 성을 가진 사람은 강태성 지사 한 분이기 때문이다. 이름도 없이 그저 김씨 성을 가진 ‘김씨부인’으로 통 하는 강태성(?~1919.4.15, 1991년 애국장 추서) 지 사의 부인은 경기도 화성사람으로 1919년 4월 5일 화성시독립운동기념관 입구. 기념관은 자연 친화적으로 지하에 전 시장이 있다(필자 촬영). 남편들을 제암리교회 학살로 잃은 김순이(남편  안상용 지사), 전동례 할머니(남편 안진순 지사,  왼쪽부터). 1978년 제암리 3 · 1절 기념식을 마 치고 순국탑 앞에서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