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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생각
바람 불던 그 어느 날, 우리 임 가고 나니,
산천의 의구(依舊)하나, 쓸쓸하기 그지없다.
동천에 높이 뜬 달도, 임 찾는가 하노라.
임이여 어디갔노, 어디로 갔단 말고?
풀나무 봄이 오면, 해마다 푸르건만,
어떻다 우리의 임은, 돌아올 줄 모르나.
임이 못 살겠소, 임 그리워 못 살겠소,
임 떠난 그날부터 겪는 이 설움이라.
임이여, 어서 오소서, 기다리다 애타오.
봄맞이 반긴 뜻은, 임 올까 함이러니,
임올랑 오지 않고, 봄이 그만 저물어서,
꽃 지고 나비 날아가니, 더욱 설워하노라.
봄물이 출렁출렁, 한강에 들어찼다.
돛단배 올 적마다, 내 가슴 두근두근,
지는 해 서산에 걸리니, 눈물조차 지누나!
강물이 아름아름, 끝간 데를 모르겠고,
버들가지 추렁추렁, 물 속까지 드리웠다.
이내 한 길고 또 길어, 그칠 풀이 없어라.
1945년 봄, 황동 옥중에서
조국광복을 기다리며 외솔 읊음
외솔 최현배 선생(1894~19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