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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봉(牛峰)과 해평(海平)을 그리며 강 옆 비옥한 땅에 메마른 풀만 돋아나기에 마음을 풀어 강물에 적셨더니 그리움만 묻어납니다. 무심히 흐르는 강물을 따라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린 우봉(牛峰)과 해평(海平)의 인생이 흘러갑니다. 치떨리던 일제 36년의 세월을 온 몸 핏덩이 되어 견디어내던 결의에 차던 두 형제의 삶이 흘러갑니다. 굴욕의 욕사 속에서 모진 고문을 온 마음으로 끌어안은 우봉(牛峰)의 스물 일곱 해 불꽃같던 인생이 흘러갑니다. 그 순결했던 정신이 흘러갑니다. 조국의 생명을 바칠만한 값어치가 있다는 우리의 영혼을 울리던 해평(海平)의 말씀이 흘러갑니다. 모든 살아 있는 자들이 살아 있음으로 해서 즐거움을 삼음에도 살아 있는 자로서 죽음을 즐거움으로 삼았던 영혼의 사랑이 흘러갑니다. 내 마음의 강으로 흘러갑니다. 메마르고 갈라진 우리들의 마음으로 흘러옵니다. 메마른 이 땅을 넘어 망각의 역사에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잊었던 당신의 삶을 마음 깊이 새기며 이제야 가까스로 당신 앞에 섭니다. 일제 36년 길었던 치욕의 역사, 친일의 역사, 대립과 증오의 역사를 넘어 당신이 꿈꾸던 참 평화와 하나돔을 위해 부끄러움으로 당신 앞에 섭니다. 이제 우리 하나되어 섭니다. 당신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진정한 독립과 자유, 통일과 평화의 나라를 세우기 위해 수천 수만의 우봉(牛峰)과 해평(海平)으로 섭니다. 당신의 죽음을 딛고 섭니다.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섭니다. 여든 네 돌 삼일절 아침에 사람을 그리워하며 최창남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