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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님들이 가신지도 어언 60여 성상. 지금에 와서야 위령비를 세우고 님들의 넋을 위로하게 되어 송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회고하건데 1945년 우리들은 일제의 지긋지긋한 압제에서 벗어나 오로지 신생 대한민국의 건설에 온갖 꿈과 희망을 걸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광복의 감격과 환희도 잠시, 건국과정의 혼란 속에 우리는 너무나도 엄청난 희생을 치러야했습니다. 이른바 4.3 이었습니다. 공산주의의 공자도 모르는 양민들이 흑백의 구분도 없이 무고하게 최후를 맞아야만 했습니다.
그동안 우리들은 사건의 진상규명이나 명예회복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깊은 상처와 슬픔을 안은 채 무려 반세기를 지나왔습니다. 마음으로는 원혼을 달래며 영생복락을 빌고 또 빌었습니다만, 시대적 환경과 여건이 우리를 침묵 속에 세월이 흐르기만을 기다리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하늘은 결코 무심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뜻있는 인사들과 피해가족들의 눈물겨운 노력 끝에 2000년 1월 12일에는 제주4.3사건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 특별법이 제정 공포되었으며 2003년 10월 31일 마침내 노무현대통령의 공식사과를 받아내기에 이르렀습니다. 인간의 생명만큼 고귀하고 소중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더욱이 순진한 백성으로 살아오다 죽음을 당한님들의 억울함을 어떻게 해원 할 수 있겠습니까. 천 소이 만송이 꽃을 올린들 어찌 위무가 되겠습니다. 일국의 최고 통치자가 님들께 고개를 숙이고 명복을 기원했으나 이것으로 위안을 받으리소 용서하여주십시오. 비록 저 멀리 구천에서일지라도 우리들의 심정을 헤아리시어 화합과 상생의 관용을 베풀어 주시길 바라옵니다. 남아있는 우리 유족후손들은 다시금 이 땅에 피비린내 나는 참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열성을 다해 인권을 지키며 조국의 자유와 평화 그리고 확이한 민주국가를 실현하는데 매진할 것입니다. 여기 안덕 관내 희생자 667위의 영혼을 모시고 극락왕생을 간원하오니 영령들이시여! 안심하시고 고이 잠드소서. 서기 2009년 11월 4.3희생자 안덕면 유족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