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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2026년 3월 순국 PEOPLE 아름다운 사람들 시와 역사로 읽는 여성독립운동가 ③ 국이 해방을 맞이할 때까지 중국과 고국땅을 오가며 독립의 의지를 꺾지 않았던 이은숙 지사의 삶은 ‘파 란만장’이란 낱말로도 모자라는 고통의 시간이었다. 남편이 순국한 뒤 1935년 봄, 독립운동에 매진하던 아들 이규창(독립장, 1968)이 상해에서 체포되었다. 아들 옥바라지에 전념하다가 이듬해 아들이 서울로 압송되어 징역 13년을 선고받자 딸 이규숙 내외가 있는 ‘만주국’의 수도 신경(新京, 지금의 장춘)으로 가 조국 광복의 날을 손꼽다 이곳에서 광복을 맞이 하였다. 서간도 독립운동 기록 『서간도시종기』 집필 이후 조국으로 건너와 고난에 찬 한평생을 기록한 『서간도시종기(西間島始終記)』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은숙 지사 나이 78세였던 1966년의 일이다. 이 기 록은 단순히 개인의 일생을 넘어, 서간도 독립운동 기지 개척의 고난과 당시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여성 의 시각에서 생생하게 복원해낸 소중한 사료로 평가 받고 있다. “여성은 독립운동에서 뒷바라지뿐만 아니라, 생 활 대부분을 떠맡고 아이들 양육까지 책임져야 하 는 경우가 드물지 않 았다. 남성들이 독립 운동을 위해 수년 또 는 수십 년 동안 집 을 비우게 되면 집안일은 전적으로 여성이 책임을 진 다. 만주 이역에서 도와줄 일가가 없을 때 그 책임은 무한대다. 체포되어 감옥에라도 가면 옥바라지도 떠 맡아야 한다. 이처럼 독립운동은 여성의 엄청난 노고 와 희생이 필요하였다.” 서중석 교수는 『신흥무관학 교와 망명자들』에서 여성의 독립운동 지위를 이렇게 설파한 바 있다. “그날 오후 이을규 형제분과 백정기, 정화암 씨 네 분이 오셨다. 그날부터 먹으며 굶으며 함께 고생하는 데 짜도미라하는 쌀은 사람이 먹는 곡식을 모두 한데 섞어 파는 것으로 이것은 가장 하층민이 먹는 것이지 만, 이것도 수가 좋아야 먹게 되는지라 살 수가 없었 다. 그도 없으면 강냉이를 사다가 죽을 멀겋게 쑤어 그것으로 연명하니 내 식구는 오히려 걱정이 안 되나 노인과 사랑에 계신 선생님들에게 너무도 미안하여 죽을 쑤는 날은 상을 가지고 나갈 수가 없어 얼굴이 화끈 달아오를 때가 여러 번이었다.” -『서간도시종 이회영 일가가 처음 정착한 남만주 유하현 삼원 포의 명성촌 전경. 이곳에서 경학사가 조직되었 다(독립기념관 제공). 이은숙 지사가 지은 『서간도시종기』 책의 ‘신흥무 관학교 부분’ 육필원고(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이회영과 이은숙, 그 몽환 같은 삶 의 궤적’을 다룬 낭독 음악극 「통인동 128번지」 홍보물. (2022.8.10~11, 창신아트홀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