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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랑 논개의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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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인 것이 동시에 둘일 수 없는 것이면서 민족의 가슴팍에 살아 있는 논개의 이름은 백도 천도 만도 넘는다. 마지막 시각까지 원수와 더불어 노래하며 춤추었고 그를 껴안고 죽어간 입술이 앵두보다 붉고 서리 맺힌 눈썹은 반달보다 고왔던 것은 한갓 기생으로서가 아니라 민족의 가슴에 영원하도록 남는 처녀의 자태였으며 만 사람의 노래와 춤으로 보답 받을 위대한 여왕으로 서이다. 민족 역사의 산과 들에 높고 낮은 권세의 왕들 무덤이 오늘날 우리와 상관이 없으면서 한 줄기 푸른 물과 한 덩이 하얀 바위가 삼백예순 해를 지날수록 민족의 가슴 깊이 한결 푸르고 고운 까닭이라. 그를 사랑하고 숭모한 뜻이랴, 썩은 벼슬아치들이 외람되어 높은 자리를 차지하여 민족을 고달피고 나라를 망친 허물과 표독한 오랑캐의 무리가 어진 민족을 노략하므로 식어진 어미의 젖꼭지에 매달려 애기들을 울린 저주를 넘어 죽어서 오히려 사는 이치와 하나를 바쳐 모두를 얻는 도리를 증명한 그를 보면 그만이다. 피란 매양 물보다 진한 것이 아니어 무고히 흘려진 그 옛날 민족의 피는 어즈버 진주성터의 풀 거름이 되고 말아도 불로한 처녀 논개의 푸른 머리카락을 빗겨 남 가람의 천추의 푸르러 굽이치며 흐름을 보라. 애오라지 민족의 처녀에게 드리고픔은 민족의 사랑만을 강물 따라 흐르는 것이 아니기에 아아 어느 날 조국의 다사로운 금잔디 밭으로 물옷 벗어들고 거닐어 오실 당신을 위하여 돌 하나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