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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상태다. 대낮에 도착했는데, 또 곧바로 술을 퍼마시기 시작했다. 이미 치사량 수 준인데…. 최고참선배가집합을시켰다. 이미맞는데는이골이나서별로아프지도않다. 이 젠내가맞는횟수보다때리는횟수가더많다. 손해볼건없지뭐. 근데 문제는 때리는 도구에서 발생했다. 처음에는 숙소 마당에 있는 각목으로 시 작했다가 그게 부족하니 철조망이 감겨진 각목도 등장하고 급기야 숙소 슬레이트 지 붕까지‘도구’로 활용됐다. 놀란 숙소 아줌마가 무슨 일 나는가 싶어 경찰에 신고했 고, 우리는모두근처파출소로연행됐다. 어찌어찌 경찰과 쇼부를 보고 고이 잠을 잤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떠 보니 집합 명 령을하달했던선배가후배언니들허벅지상처에연고를발라주고있었다. 이게진정 한 병 주고 약 주고인가? 암튼 그 선배와 32기 후배 중 한 명은 멀지 않은 시간 내에 급 속히 가까워졌고, 지금은 미국에서 두 분이 알콩달콩 잘 살고 계신다(실명 밝히지 않음 을양해해주시길…). 수많은조각들 방송국생활중에일한시간보다는술마신시간이더많은듯느껴진다. 왜그렇게 술을마셨는지모르겠다. 뭐다, 방송국사정이었겠지만…. 술을 마시다보면 아스팔트가 와서 덤비기도 하고, 때론 철조망이, 어떨 땐 전봇대 가 얼굴을 덮치기도 한다. 그러면서 기억들은 자꾸 더 작은 조각들이 돼 가고,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에 와서는 전체 줄거리가 아닌 한 부분 부분들만 남는다. 종로에서 수 남 형이 싸리 빗자루로 때리던 일, 학교 앞 겨울인데 명철 형이 연탄재를 던지며 좆아 오던 일…. 그 앞뒤 사정은 모른 채 딱 그 부분만 기억이 난다. 왜 그랬을까?그리고 왜 그땐그렇게아팠을까? 마음이…. 아마청춘이니까그랬을거다. 기별 Essay | 0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