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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기 사상계에서 당신과 함께 고락을 같이하던 우리는 당신이 없는 세상의 허전함을 가눌 길이 없어 여기 묘 옆에 이 비를 세우고 추모의 각근한 정성을 당신의 영전에 바친다. 일제의 식민통치에 항거하여 대륙천지를 누비던 젊은 날의 민족독립투쟁 자유 공화당의 독재와 맞서 싸운 불굴의 민주항쟁적 수공권으로 사상계를 창간하여 민족의 혼란기에 그 진로를 밝힌 뛰어난 식견, 가난한 자 애통하는 자의 편에 서서 고통을 함께한 남다른 인간애 당신은 이 시대의 선구자로 우리 현대사에 커다란 자취를 남겼다.
당신이 가신지 12년.
그 단아하던 모습 다정하던 목소리 물결에 부서지는 달빛과도 같이 언제나 자기희생 속에 빛을 발하던 그 청순한 인품 세월이 가도 우리는 잊을 길이 없다.
아, 장준하! 그 이름은 당신이 사랑하던 이 민족과 더불어 영원할 것이다.
1987년 8월 15일 사상계 동인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