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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독립운동 • 한글날 제정 63 없이 수행할 것을 확신하는 시간이기 도 했다. 한글날의 역사적 그리고 현재적 의 미가 이처럼 분명했기에, 미군정청은 1946년에 군정법률 제9호 「근무규 정」에 의하여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 정하였다. 1946년 10월 9일에 열린 한글 반포 500돌 기념식에는 미군정 청의 하지 사령관과 러취 장관이 참 석하여 축사를 했고, 시민 2만여 명이 거리 행진을 했다. 이처럼 해방 공간 에서 고양된 분위기는 정부 수립 후에 도 이어졌는데, 1949년 국경일에 관 한 법률을 제정할 당시, 조선어학회에 서는 정치적으로 해방인 ‘광복’을 기념하는 것과 문 화적 해방인 ‘한글 반포’를 기념하는 것을 같은 차원 으로 보자는 논리로 한글날을 국경절로 지정하자고 주장했고, 그 이후도 이러한 주장을 계속하였다. 최현배는 한글날을 국경일로 지정해야 하는 이유 로, “훈민정음은 정히 우리 배달 겨레의 문화 독립 선언이요 한글은 문화 독립의 기초”이며, “한글의 탄 생은 다만 한 종류의 글자의 생겨남이 아니라 실로 그것은 겨레 의식 통일의 상징이요 겨레 문화의 영 원한 발달의 원동력”이라 했다. 한글의 운명을 민족 의 운명과 연결 지으면서, 한글에 우리말을 표기하 는 문자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그 후 한글날은 2005년에 이르러 국경일로 격상되었 고, 2013년에 공휴일로 부활하였다. 21세기에 한글 날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민족적 자부심의 고 양일까? 문화적 독립선언이나 민족의식의 통일에서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 경제, 문화적인 좌절로부터 벗어나 고자 민족적 자부심과 문화적 독립 또는 민족의식의 통일을 애써 내세워야 했던 때와 한국 사회가 모든 면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한 21세기의 상황은 달라졌 다. 이제 우리가 이룬 정치, 경제, 문화적인 성과 위 에서 한글의 의미를 생각할 때인 것이다. 그렇다면 민족적 자부심에서 세계시민으로서의 자부심으로, 문화적 독립에서 문화적 베풂으로, 민 족의식의 통일에서 민주의식의 다양성으로 그 의미 를 확장해 나아가야 한다. 분명한 것은 한글날의 의 미는 오늘 한글을 쓰면서 사는 우리가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1949년 경 ‘조선어학회 사건’ 관련 인사들인 신윤국, 이중화, 윤병호, 최현배, 김양수, 정태진, 정인승, 서민호, 권승욱, 이병기, 김윤경, 이석린, 정열모, 장 현식 등이 모여 찍은 사진(1949년 경, 국립중앙박물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