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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룩여 사건 비문. 1950년 6월 25일 그날은 우리 민족의 씻을 수 없는 아픔인 한국 전쟁의 날이다. 한국전쟁이 한창인 그해 8월 3일 여수시 남면 안도리 이야포 해안에 부산에서 제주도로 피난가던 피난선을 폭격해 250여 명이 희생당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그후 6일 뒤 남면 횡간도와 금오도 사이 두룩여(문여) 주변 해상에서 조기 낚시하던 어선들은 아무런 경고없이 기총사격으로 무참히 사살하는 '두룩여 참사'로 이어졌다. 당시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배위에 서 있는 분들은 모두 기총소사 당했고, 물로 뛰어든 어부들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총에 맞은 사람들의 시신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죽어갔다. 화태도 주민인 두룩여 희생자 고 박상호씨와 같은 배에 타고 있던 중상자 고 김청언씨의 아들 김유광씨는 어머니에게 들었던 당시를 이렇게 증언했다. 박씨는 배 중앙에서, 아버지는 선수에서 낚시하고 있었는데 미군 전투기가 나타나 주변에 배들을 향해 총알을 퍼붓고 지나갔다. 박씨는 복부에 총을 맞아 내장이 밖으로 쏟아지는 참사을 당해 현장에서 사망했고, 아버지는 오른쪽 허벅지에 총을 맞아 엉덩이를 관통하는 중상을 입었다. 북한군 소탕작전에 나선 미군은 여수앞바다에서 낚시질을 하는 어부들을 부차별 공격했다. 설령 미군이 이야포에서 피난선을 폭격한 것이 실수라 하더라도 며칠 뒤 다시 조기잡이 어선들을 '폭격'한 것은 분명 의도가 있어보인다. 전쟁발발 73주년, 이야포와 두룩여에서 민간인을 폭격한 미군은 그 어떤 해명이나 사과도 없이 지금까지 묵묵부답이다. 두룩여와 이야포사건 희생자 유족들과 뜻있는 분들이 힘을 모아 이 사건을 세상에 널리 알려 미군이 저지른 만행의 실상을 드러내고, 전쟁의 참화를 잊지 않기 위해 그날의 실상을 여기에 기록으로 남긴다. 2023년 8월 9일 그림(박금만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