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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 발자국 소리 – 문태서 의병장을 추모하며 남가람 근원 양지에서 솟는 샘물 반짝이는 햇살을 흠뻑 마시고 주옥 같이 순수한 얼 덕유산 정기를 한몸에 받아 외풍 차가운데 설중매로 피었어라 거센 서풍에 밀려오는 해일을 그물이나 방파제로 어찌 감당할 수 있었으랴 밀물 따라 이 땅으로 기어올라와 강산이 누우렇게 말라갔노라 사나운 이리떼가 울타리 뚫어 평화로운 배달의 울안 텃밭을 짓밟은 잔인한 짐승들을 몰아내기 위해서 몸바쳐 싸우고 피 흘리며 가신 임 임이 걷던 길 내가 더듬고 내 가슴 속에 임이 살아계시기에 어둠 속을 더듬어도 임의 크신 발바국 소리 바람따라 내 귀에 들려오는구나 고암 김성진 詩(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