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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영월엄씨대종회보 42호 사는 어느 촌노(추익한이라 전함) 가 단종을 위로하고자 머 루나 다래도 따 올리곤 했다. 그날도 관풍헌에 있는 단종께 머루와 다래를 바치려고 영 월로 가는데, 곤룡포에 익선관을 쓴 단종이 백마를 타고 지 나갔다. 단종이 길을 나서는 것이 의아하여 "대왕마마 어디 로 가시나이까?"라고 물으니 "나는 지금 태백산으로 가는 길이네"라고 답하고 홀연히 사라졌다. 영월 국서낭당인 영 모전에 운보 김기창이 그린 단종의 영정 그림에도 추익한 이 머루와 다래를 단종에게 진상하자, 단종은 백마를 타고 태백산으로 떠난다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는 이야 기가 그려져 있다. 이 이야기 때문인지 영월에서 태백산으로 가는 마을 어귀 곳곳에는 단종을 수호신으로 모 시는 서낭당이 많다. 영월의 국서낭당이었던 영모전을 시작으로 보덕사 산신각, 김삿갓면 내리 단 종산 신각, 중동면 유전리 서낭당, 중동면 녹전리 서낭당, 태백 어평 서낭당, 태백 새길령 산신당 , 태백 산 단종대왕각 등에서 단종을 모시고 매년 당 고사를 지내고 있다. 이는 영월에서 비극적 삶 을 맺 은 그를 신격화하여 영혼을 달래고 넋을 기려 화를 막고 복을 받고자 하는 지역 공동체의 소 망이 깃들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단종 복위 운동에 실패한 금성대군은 소백산자락인 경상도 순흥으로 유배되었 다. 그 는 친형인 세조에게 죽임을 당했다. 영월 사람들이 단종을 태백산신으로 신격화하듯이 영주 인근 사람들도 금성대군을 소백산신으로 숭배하고 있다. 이에 56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도 양백산 자락인 고치령 산령각에서 단종과 금성대군을 모시고 영월과 영주사람들이 매년 10월에 산신제인 ‘고치령 문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영월, 영주문화원이 주관하는 이 행 사에 시장, 군수 그리고 의회 의장, 문화원장이 제관으로 참여해 성대히 당제를 올리고 있다. 충의절신 엄흥도가 장사지낸 단종은 죽었지만 그는 민간신앙의 대상인 태백산신이 되 어 영 원한 생을 얻었다. 지금도 영월을 뚜벅뚜벅 걷다 보면 비운의 왕이 아내를 두고 먼저 떠 난 슬 픈 사연들을 만날 수 있다. 어쩌면 지금도 눈 내리는 날 태백산으로 오르는 등산객들과 함께 하는 어린 단종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 단종 영정(운보 김기창 화백) 기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