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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울 곳 없이
구천을 떠도는 영혼들의
한 맺힌 설움
듣지 못한 채
이국전지를 헤매야 하는
당신들의 장례식
뼈와
살이 녹는 듯한 정성으로
이 위령비를 세웁니다.
이제
일본을 향한
원한 맺힌 영혼들을 거두시고
우리의 고향
따뜻한 품안에서
편안히 안주하소서
그리고
당신들의 후손들이
한일 양국의 뒤틀린 역사를
바로 세울 수 있도록
진정으로 침략전쟁의 과오를
참회하는 이웃나라 일본이
될 수 있도록
지켜 봐 주시옵소서
그대
온 몸으로 사랑하는 님
영혼들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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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이름으로
부서진 역사의 창틀사이로
피빛젓은 당신들의 모습이
울면서 그렇게 서 있습니다.
사금파리 몇 조각
조그마한 공기돌이
소꼽놀이 전부인 벌거벗은 그 시절
동네방네 효자라고 소문났던
아버지는 노무자로
이 나라 대들보되라 학교보냈던
형들은 학도병으로
긴머리 땋아 살포시
댕기머리 해주던 딸은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일본군의 배설받이가 되었습니다.
배고픔에 굶주리고
때로는 가족들 극리움에 전율했지만
저 일본제국의 침략군들은
굶겨 죽이고
때려 죽이고
칼로 찔러 죽이고
총으로 쏘아 죽이고
집단으로 불태워 죽였습니다.
그 때
그 시절 살아 남은 자
병으로 죽고
그나마 흔적도 없이
사라진 당신들은 하늘이 울고
땅이 통곡할
생 사 불 명
시리도록 아픈 그 이름
우리의 속살을 까맣게 태워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