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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 한국독서교육학회지 제1권 제1호(2013) 있기 어렵겠지만, 계기가 있고 지속적인 동기부여와 적절한 격려가 뒤따른다면 고전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 도서관에서 1년 동안 긴 호흡으로 운영하는 책 읽기 모임에 자발적으로 꾸준히 나올 수 있는 정도의 관심과 성의가 있는 학생들이라면, 고전 읽기 모임도 가능할 것이라 예상했다. 또, ‘처음 읽어도 다시 읽는 것 같고, 다시 읽어도 처음 읽는 것 같다’는 말에 한 번의 읽기만으로는 난해한 고전 텍스트를 이해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의미가 내포된 것 같아 고전과의 ‘첫 대면’을 외롭지 않게 든든한 또래 친구들과 함께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지금의 중학생들은 TV, 컴퓨터, 스마트폰 등 책이 아니어도 보고 듣고 즐길 것이 너무 많은 환경에 노출되어 있어서 청소년의 독서를 논하기에 앞서 책읽기를 위한 집중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지만, 그래도 시간을 쪼개어 자발적으로 도서관을 찾는 10대들을 관찰해 보면 성장소설로 분류되는 청소년 문학, 필요에 의한 교과 연계 주제도서 내지는 개인의 취향에 따른 추리소설이나 판타지 , 만화를 주로 읽고 있었다. 이렇듯 도서관이라는 공간까지는 스스로 찾아왔지만, 좀처럼 ‘고전문학’과는 접속하기 힘든 상황에 있는 청소년들의 편향된 독서 경험을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 또한, “젊은 시절에 꼭 읽어야 하는 책들이 많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세계문 학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자신을 알고 외부 세계에 눈뜨기 위해서는 세계를 알아야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세계문학을 공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문학은 우리에게 각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 고 각기 다른 풍습과 사고방식을 접하게 해준다 . 또한 삶의 다양한 양태와 본질을 성찰할 수 있는 사색과 토론의 기회를 준다.” 3)라는 말처럼 ‘세상과 우리 자신을 알기 위한 최고의 저술’ 4)로서 가치를 지닌 고전을 읽도록 권하고자 하였다. 문학이란 기본적으로 자신과 타자, 세계에 대한 이해를 넓혀주 기 마련이기에 오랜 세월 이념과 체제를 초월하여 읽히고 있는 작품 면면을 살펴보며 과연 세상이 바뀌고 시대가 변해도 낡지 않게 느껴지는 매력이 무엇인지 직접 찾아보고자 하였다. 한편, 도서관에서 사업을 펼치는 실무자 입장에서 지극히 현실적으로 인근의 도서관5)에서 운영하 는 독서 프로그램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서 주제를 세분화하는 전략도 있었다. 참여하는 학생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 특성화된 사업을 통해 새롭게 시작하는 도서관의 입지를 굳힐 필요가 있었다. 무엇보다 최근 세계문학 시장이 확장되면서6) 고전문학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시점에서 사서로 3) 문학소년 논리소녀를 만나다의 뒤표지 중. 4) 19세기 영국의 저명한 평론가 메튜 아놀드 Mathew Arnold가 ‘고전’을 일컬은 말. 5) 김해기적의도서관의 본관이자 장유에 위치하고 있는 장유도서관에서는 중학교 1~2학년 학생들과 가족, 성장, 학교, 진로, 환경 등 주제별 도서를 함께 읽고 진행하는 ‘청소년 독서회’와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를 대상으로 문학․철학․역사 파트의 세부 주제별 도서를 읽고 집중적으로 토론하는 ‘청소년 인문학 읽기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교과에 대한 부담, 방과 후 사교육에 참여하는 인원이나 빈도 등을 감안할 때 초등학생에 비해 참가자 모집이 쉽지 않은 청소 년 프로그램의 경우 실제적으로 생활 동선이 겹치는 두 도서관 프로그램에 중복해서 참가하는 학생들이 있다. 6) 1998년 변신 이야기 두 권을 처음으로 15년간 300여종을 발간하며 세계문학전집 시장의 절대 강자로 자리했던 민음사의 후발 주자로 ‘펭귄 클래식’,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을유 세계문학전집’,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공사 세계문학의 숲’, ‘대산 세계문학총서’, ‘창비 세계문학’ 등을 포함해 2013년 세계문학전집을 출간하는 출판사는 15곳에 이른다. 각 출판사마다 작품과 작가 선정 및 번역 등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신작 유통 기간이 짧아지면서 단일 브랜드로 꾸준히 사랑받는 시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