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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재 이상설 선생 숭모비 지난 날 한국 말엽의 비통한 역사 위에 덮쳐 오는 노도탁랑을 무릅쓰고 산같이 우뚝 섰던 정기의 인물 한 분 그가 바로 저 유명한 헤그 밀사 세 어른 가운데서도 정사의 사명을 띠고 가셨던 보재 이상설 선생이시다. 나라가 기울어 나라를 울고 집을 버려 집을 울고 제 몸 또한 울어 세 울음의 슬픈 시를 읊었던 선생을 위해 나는 이제 선생의 풀지 못한 천추회한을 다시 울어 그 눈물로 먹을 갈고 그 먹을 찍어 이 글을 쓰는 것이니 어찌도 연명이 깨끗한 국화 이슬로 먹을 갈아 그 먹으로 조국 진나라 역사를 쓰던 심경에만 비길 것이랴. 슬프다. 옛부터 모든 영웅 의사들이 비록 나가서 죽는데도 죽어서는 그 몸이 제 고장으로 돌아온다 하건마는 선생은 죽어서도 못 돌아왔고 한 조각 유물조차 끼치지 않아 우리는 다만 아득한 하늘만 바라볼 따름이로되 두세 만인의 선생을 그리고 우르는 뜻이 결코 형상이나 유물에 있는 것이 아니오. 정신과 사상에 있을뿐더러 그 위에 선생의 48년간의 생애가 바로 민족정기사의 일절이라 그의 행적을 아는 것이 더 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