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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 / 사 윤수 (시인, 유족 2세)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늘 곁에 있고 언제나 함께 있는데
서로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76년 전 그리고 72년 전,
방방곡곡 이 나라 사람들 느닷없이 죄 없이 끌려갔고,
나라와 가족을 위해 나선 것이 죄가 되어
국가의 총칼에 잔인하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 주검들 방방곡곡
구덩이마다 골짜기마다 버려졌지만, 그렇게
죽어도 죽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빨갱이라는 말, 말하기도 싫고 듣기도 싫습니다.
국가가 국민을 죄인으로 만들고
빨갱이가 뭔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죽여서 빨갱이로 이름 붙였습니다.
국가가 국민의 죽음을 필요로 했으니
이 비극은 바로 국가가 범죄자입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듯이
대한민국 방방곡곡 안 아픈 곳이 없습니다.
인천 검단, 고양 금정굴, 대구 가창골, 경산 코발트, 거창 신원, 김천 돌고개, 청주 분터골, 영동 노근리, 대전 골령골, 부산 오륙도, 마산 괭이바다, 진주 갓골, 광주 불갱이고개, 여수 만성리, 목포 비금도, 당진 포구, 고흥 당고개, 제주도......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대한민국 방방곡곡 어디 하나 성한 곳 없고
어디 하나 상처 없는 곳이 없습니다.
많이도 죽였고 모질게도 죽였습니다.
그 시절, 나는 새도 산짐승도 그만큼 죽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까 이 나라 온 천지가 다 학살터 입니다.
그러니까 그 수많은 주검의 살과 피눈물이 이 산천에 스며들고 강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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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그 고통의 강물을 마시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이라면 조국의 비극을 낱낱이 알아야 합니다.
범죄를 저지른 국가는 온 세계에 부끄러운 나라입니다.
국가가 스스로 저지른 죄를 모른 체 외면한다면
국가는 국가의 자격조차 없습니다.
수의명정(壽衣銘旌)도 없이 구천을 헤매는
그 원혼들의 통곡을
가해자인 국가가 달래주고 사죄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불행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입니다.
그 원혼들의 명예를 학살자인 국가가 회복하고 해원해주는 것이
천 번 만 번 지당하고 그것이 국가의 책임과 의무입니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진정으로 성숙하고 발전하는 길입니다.
해마다 음력 구월 구일 밤이면
신위를 쓰고 메를 올리는 사람들이
이 나라 방방곡곡에 있습니다.
손잡고 안을 수 없는 영혼들 앞에서
한 맺힌 세월 울음 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적셔내고 닦아내도 눈물의 파도가
자꾸 자꾸 밀려오는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