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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 상근활동을 한 7년 동안 ‘쉼’을 목적으로 쉬어 본 적이 없었다. 보름 동안 주어졌던 유급휴가는 1학년 딸아이를 위한 보육의 시간으로, 매년 여름휴가는 아이들 학원 방학에 맞추어 보내왔다. 일상에서 시간 단위로, 하루하루 사는 ‘내 코가 석자인 나’는 실무는 늘어가지만 여유와 생각, 지혜는 저 멀리로 달 아나 활동가와 종사자의 그 어느 경계에 있었다. 그즈음 비전여행 신청서를 쓰고 발표를 접했다. 출발 직전까지 생긴 문제를 처리하느라 동서분주하다 캐리어를 끌고 전력질주 하여 공항 가는 버스를 타 고,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함께 떠나는 일행을 만났다. 워크샵 때 보지 못한 몇몇 얼굴들은 이 여행을 더 설 레이게 했다. 시끌벅적 재미있을 것 같은 출발. 밤 비행기로 도착한 필리핀은 덥고 습하고 낯설었다. 당연한 낯설음은 이 곳 사람들에게 폐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시골에 가서 자연을 마구 훼손하는 도시 사람들처럼. 이런 생각은 ‘공정 여행’으로 없어졌다. 가는 곳 마다 우리의 방문이 이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 위안이 되었다. 특히 보홀의 갈릴레아센터는 생각보다 쾌적하기도 했고, 좋은 뜻에 도움 된다는 뿌듯함도 느끼게 했다. 이번 여행 중 가장 좋았던 것은 ‘사람들’이었다.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 자신이 일하는 곳에서 최선을 다 하고 있음이 말하지 않아도 느껴졌다. 애쓰고, 고민하고, 창조하며 사는 사람들을 보며 역시 ‘여성활동가구 나!’ 했다. 얼마나 많이 웃고 얼마나 많이 기뻐했는지 다녀 온 사진 속의 나는 지금도 ‘행복’을 느끼게 한다. 삶을 낯설게 하기 위해 청소와 여행과 공부를 하라고 했던가? 그 각각의 의미는 다른 것 같다. 삶을 낯설게 함은 물론이고 행복을 느끼려면 좋은 사람들과 몸은 좀 힘들지만 공정여행을 하라고 말하고 싶다. * Written by 남은주 대구여성회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