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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 오랑캐의 화(禍)과 극(極)에 달하여 삼천리 문명강역을 잃게 되고, 오백년 종묘사직이 전복될 것이며, 수천만 예의민족이 모두 진멸(盡滅)하게 될 것이라.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존귀한 선영이 모두 파헤쳐질 것이니, 지금 이같은 큰 변을 맞고서도 어찌 손을 놓고 일없다 할 수 있으리오. (중략)
살고 죽는 것은 이 의거(義擧)에 달려 있을 뿐이다. 지금 이 의거야 말로 천추만대의 큰 의미이며, 천하의 큰 업적이다. 사람은 누구나 한번 죽는 것이니, 죽어서 사람의 절개를 세운다면, 이 죽음은 무엇보다 큰 영광스러움이며 그 삶이 얼마나 보람이겠는가. 사람은 오직 한번 사느니, 살아서 의거를 완성할 수 있다면, 이 삶은 무엇보다 장엄하리라. 우리는 죽고 사는 것을 염두에 두지 말고 큰 의리를 밝히며 큰 업적을 완수할 지어다.
1908년 10월 일
(「의암집(毅菴集)」 券 35, 「의병규칙(義兵規則)」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