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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U 야사野史 | 031 격과다른사람들이하는것을구경이나하고심부름이나하게하기로합의를보았다. “사나이야, 자넨 정식 방송요원이 아니야. 자네 말대로 방송국에 들랑날랑 할 수 있는 자격만 주고, 그저 다른 사람이 하는 거 구경이나 하면서 심부름이나 하는 것을 조건으로내일부터계속나와도좋네! 그담에자네가혹시‘쓸만하다’고인정이되면 ‘정식’으로해줄수도있겠지만기대는갖지말게.” “고맙습니다. 정말고맙습니다.” 이 사나이 코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하고 좋아 날뛰었다. 그리고 이 사나이 매일같이 출근하여 하는 일이란 여전히“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였다. 주조에서, 복도에서, 심지어는 화장실에서 까지도“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아마도 그러기를 거의 한 달쯤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허구헌날 방송에 나가지 않 는 헛‘뉴스만 말씀드리는’이 사나이가‘불쌍히 여겨져서’당시 아나운서 실장이었던 남계인(정외과, 방송에 미쳐서 졸업도 못했고, 현재는 그 행방이 묘연한 상태임)에게 틈나는 대로‘개인강습’을받도록하였다. 그해 1학기가 다 지나고 나서‘정식’방송 요원으로‘임명’을 한즉, 그를 일러 ‘VOU 3.5기’라하더라. 그후그사나이는아주열심히했고, 모범적인방송요원이되었다. 그러나경희대 학교의모범학생은되지를못하였다. 그의 말대로 오로지 방송만이 그 자신에게 인생의 전부였던 그는 방송에 미쳐(?) 결국은 빛나는 졸업장을 받지 못하였다. 대학 3학년 때 장가를 들인 7대 독자의 졸업 식을 보기 위해 저 멀리 장수에서 밤새워 상경한 부모님을 속이고 사진관에서 빌려온 졸업 가운을 입고 기념 촬영은 한 그 사나이는 운 좋게도 MBC 아나운서 모집 시험에 합격하였다(같은고향출신인당시MBC 아나운서실장이었던최재훈씨의도움으로?). 자신이 자원하여 전주 MBC로 발령을 받았고, 아마도 지금쯤은 거기서 한자리하고 있을터인데, 25년이넘도록엽서한장없으니야속하기그지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