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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산미
찾는 이 하나 없고 갈 곳 없고 갈 곳 없는 중눍은이
오동지 긴긴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고
석양에 막대집고 당산에 올라서니,
매서운 칼바람이 귓불을 에이누나.
서산마루 지는 해가 왜 이다지도 서럽던가.
산 새알 꺼내먹고 칡뿌리로 배 체우던
모금산골짜기는 간데없고 당산미만 홀로 서 있네.
울긋불긋 진달래꽃 다박솔 가득하던 옥녀봉은
덤프트럭에 실려 어디로 가버렸나.
청솔연기 자욱하면 어 양쪽동네 젊은이들,
정월대보름 참나무 화라지에 불 질러놓고
이 봉우리 먼저 차지하려 무던히도 싸웠는데.
웅어 배 넘나덜던 저 석굴 나루터,
여인네 웃음소리 가득하던 니나노 영사옥
철따라 연분홍 다홍치마 휘날리던 백마섬 물놀이.
황금물결 출렁이던 광활한 황금벌판
벌거벗고 뛰놀며 고기 잡던 저기 저 중앙 뚝,
붕어랑, 메기랑 대야 가득 잡았었지.
참게가 지천이던 저 가마 논 골짜기,
저 - 아래 게막 치고 참게 잡던 젊은이들
좋은 자리 차지하려, 자리다툼 치열했지.
동네 사람들, 논 한 가운데 샘터에선
사흘 들이로 웅덩이 퍼 장어깨나 잡았는데.
반백년 지난 세월 이다지도 길었던가.
해만지면 이 산에 올라 청솔불로 달맞이하던
그 벗들은 어데 가고 낙엽만이 뒹구느냐?
이제 날이 저무니 저 세상에서나 만나려나.
석양에 홀로 서서 임 그리워하노라.
기축년 섣달 스므이틀 당산미에서 촌노(村老) 英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