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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화림동 거연정 일원
함양 화림동 거연정 일원은 남덕유산에서 발원하는 남강의 상류인 화림동계곡(금천)에 있는 경승지이다. 경남 함양군 서하면에서 안의면을 거쳐 흐르는 화림동계곡은 조선 시대에 안의현(안음현)에 속하였는데, 영남 제1의 명승으로 꼽혔던 안의삼동의 하나였다. 안의삼동이란 안의현에서 경관이 빼어났던 세 곳의 동천(洞天:산천으로 둘러싸인 경치 좋은 곳), 즉 화림동, 심진동, 원학동을 일컫는 말이다. 거연정(경남유형문화재 제433호)은 함양 서하면 봉전리 봉전마을 근처 화림동계곡가에 있는 정자이다. 1640년(인조18년) 무렵 동지중추부사를 지낸 전시서가 세운 서원옆에 억새를 엮어 정자를 지었는데 그 장자가 최초의 거연정이었다. 이후 거연정은 철폐된 서원의 자재를 이용하여 19세기에 재건립되었고, 20세기 초에 중수되었다고 전해진다.
계곡가 바위 위에 세워진 거연정은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중층 누각 형식 정자로, 방을 가운데 두고 바깥쪽으로 마루를 들렀다. 정자의 네 귀퉁이를 받치는 각기둥은 바위의 모양에 따라 높낮이를 다르게 만들어졌다. 거연정 일대는 높은 산지에 골짜기에 해당한다. 산지를 관통하는 골짜기는 대체로 협곡이 많지만 거연정 일대는 화림동계곡에서 골짜기의 폭이 가장 넓어 독특하다. 골짜기에 화강암이 넓게 분포해 있고, 산지 사면에는 소나무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나무가 뒤덮여 있다. 거연정 주변의 계곡과 계곡가의 바위는 평평한 너럭바위가 아니라 수직절리로 생긴 울퉁불퉁한 바위가 대부분이다. 희고 기묘한 형태의 바위 사이로 맑은 계곡물이 감돌고 소용돌이치며 흐르는 소리가 인상적이다. 수직절리를 따라 깊이 파인 물길에는 수심이 깊은 소(沼:물웅덩이)가 형성되어 있는데, 낮은 암벽 위에 자리잡은 거연정 바로 앞에는 특히 깊고 푸른 소가 펼처져 있다.
조선 후기의 학자 임헌회는 고산문집의 거연정기에 '영남의 명승중 안의삼동이 가장 빼어나고, 그중에서도 화림동이 최고이고, 화림동 명승 중 거연정이 단연 으뜸이다.' 라고 기록한 바 있다. 함양 화림동 거연정 일원은 수려한 경관과 역사를 지닌 건축물이 어우러진 자연유산이자 문화유산으로, 2012년 2월8일에 명승 제86호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