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3page


283page

이 빗돌 세운 뜻은 송악산 앞바다는 어제처럼 푸릅니다. 산방산 끝에 닿을 절규하던 그 울음이 오늘은 메아리되어 뼛속까지 스밉니다. 오손도손 모여 앉아 식은 밥 나눠먹던 가난한 이웃들을 돌아보며 끌려가던 그 날도 하늘은 온통 오늘처럼 타더이다. 6.25 포성에 놀라 잠들지 못한 밤에 견우와 직녀 만나 맺힌 정을 풀던 밤에 어쩌면 바로 칠석날 긴 이별이 되더이다. 우리들 가슴에 박힌 총알을 누가 뺴랴 해마다 칠월이면 아물 듯 도지는 상처 역사도 막힌 것 뚫어야 제자리로 흐릅니다. 죄 지은 자 하나 없고 죄없는 자만 묻혀 백 서른 돌 뼈가 엉켜 한 자손이 되옵니다. 이 설움 시대를 탓하며 옷호매를 적심니다. 억울한 죽엄에는 꽃이 핀다 하더이다. 빨간 전설로 피어 새가 운다 하더이다. 석류꼬 가슴에 피어 붉게 타게 하소서 진실을 빗돌에 새겨 참역사를 세웁니다 향 피워 두 손 모아 술잔 가득 따르오니 다 잊고 이 땅을 안나 고이 편히 쉬소서